새끼 돌고래 '고장수', 태어난 수족관에서 일생 마감하나
2022.06.13 16:29
수정 : 2022.06.13 1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수족관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생을 수족관에 갇혀 지내야 하는 5살 짜리 새끼 돌고래 한 마리가 생일을 맞아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고장수’ 불리는 이 새끼 돌고래는 지난 2017년 6월 13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체장 120㎝, 체중 20㎏ 상태로 태어났다. 큰돌고래 종류며 수컷이다.
올해로 5년이 지난 지금은 체장 275㎝, 체중230㎏으로 성장했다. 하루에 7~9㎏의 고등어, 임연수어, 열빙어 등 생선을 섭취하고 있다. 성체가 되지 않아 여전히 시간당 1.2회 가량 어미젖을 함께 먹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에 공단은 고장수의 생일을 축하하며 시설 내외에 생일파티 분위기를 조성하고 ‘생일 기념 고래 떡 증정’ 등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벤트 참여 시민들은 오랫동안 산다는 의미 이름처럼 이 돌고래가 장수하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환경운동단체들은 생일 축하와 장수기원보다는 수족관에 갇혀 사는 돌고래를 넓은 바다로 돌려보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해양환경운동단체 ‘핫핑크 돌핀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장수가 오늘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자 공단이 수조 앞에 생일축하 케이크를 갖다 놓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돌고래들은 먹지도 않는 케잌을 사다놓고 인간들끼리 축하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금은 축하할 일이 아니며, 고장수의 건강을 염원하고 축하를 보내고 싶다면 돌고래의 본래 생태적 습성에 맞지 않는 수족관에서 ‘탈시설’ 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핫핑크 돌핀스는 "어미인 장꽃분과 새끼 고장수 등 울산 돌고래들을 모두 바다로 야생방류하거나 바다와 비슷한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바다쉼터를 조성해 내보내는 것이야말로 수족관 돌고래들에게 진정한 축하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핫핑크 돌핀스는 국내 수족관에서 벌어진 잇따른 새끼 돌고래 폐사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상기시켰다.
울산에서는 어미 돌고래 '장꽃분'이 지난 2014년 처음 새끼를 출산했으나 사흘 만에 죽었고, 이어 2015년 다시 새끼를 낳았지만 6일 만에 죽는 비극을 맞은 바 있다. 또 다른 어미 돌고래 '장두리'가 2019년에 출산했으나 이 역시 24일 만에 새끼가 죽었다.
특히 제주 퍼시픽랜드 (현 호반 퍼시픽 리솜)에서는 지난 2015년 태어난 돌고래 ‘바다’가 바다를 지척에 두고 2021년 9월 수조에서 죽어야 했다.
고장수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국내 수조 출생 돌고래들이 모두 죽었고, 이는 모두 예견된 죽음이라고 핫핑크 돌핀스 측의 입장이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는 30살 이상 살 수 있는 확률 역시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야생 돌고래의 평균 수명이라고 알려진 30살까지 살 수 있는 수족관 출생 돌고래는 거의 없다는 게 핫핑크 돌핀스의 설명이다.
핫핑크 돌핀스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과 거제씨월드에서 사육 돌고래들의 임신과 출산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수족관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은 곧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지는 만큼 당장 암수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