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버거워 값 올리자 손님 뚝…'2천원 국밥집' 사라질 위기

      2022.06.13 18:23   수정 : 2022.06.13 19:44기사원문



#. 올 들어 코로나19 위기가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물가급등'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5.4%를 기록, 금융위기 시절인 지난 2008년 8월 이후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등하는 물가에 사회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소상공인, 서민 등 약자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식당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을 올리고 직장인들은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택배 등 소형화물차를 운영하는 차주도 급등하는 기름값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갑이 얇은 저소득층의 끼니를 담당했던 이른바 '착한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물가가 고공행진한 탓이다. 김밥 2~3줄 가격에 먹을 수 있었던 식당들은 급등한 재료비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지만 손해만 면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지만 가격을 또 올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착한식당은 손님도 줄었다.

■송해 자주 가던 해장국집도 가격인상

13일 방문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 노점상은 가격이 500원 올랐다. 가파른 물가상승을 견디지 못해 지난 1월 1일 단체로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고 한다. 가격을 올렸지만 사정이 나아지지도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컵밥 노점상 A씨는 "7~8년 가까이 장사했는데 그동안 컵밥을 3500원에 팔다가 처음으로 500원 올렸다"며 "재료가 전부 60~70%는 올랐고 많이 오른 건 2배는 올랐다. 남는 게 없어서 가게 유지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13년간 컵밥거리에서 쌀국수를 팔았다는 B씨(71)도 "식용유, 돼지고기, 치즈가루, 숙주, 안 올라간 게 없다"며 "저렴한 가격도 물가 쌀 때뿐이지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고령층이 주로 찾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의 '착한식당'들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고(故) 송해씨가 자주 찾았던 것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골목의 우거지 해장국집 또한 10년 가까이 유지하던 가격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렸다. 가게를 50년 가까이 운영했다는 권영희 전 사장(78)은 "내 집이고 내가 직접 운영해서 집세가 안 나가니까 이 가격으로 해왔다"며 "최근 가게를 넘겨준 동생에게 가격을 올리라고 했다. 인건비도 오르고 재료비도 올라서 2000원에 한다는 건 무리였고 2500원도 버겁다"고 말했다.

■"가격 올리니 손님 줄어"

'착한식당'의 위기는 한 차례 가격인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값이 올랐고, 기후변화로 줄어들 글로벌 농산물 생산량을 고려하면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인상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추가 가격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른바 착한식당들은 주머니 사정이 뻔한 저소득층이 주고객이다. 추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 장사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낙원상가 골목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3000원짜리 순두부와 콩나물국밥을 팔아온 음식점이 약 3년 만에 안주류 가격을 1000원 올렸다가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가게 주인의 아들로 7년 정도 일을 도왔다는 이모씨(26)는 "가격을 올린 후에는 손님 10명 중 1~2명은 메뉴판을 보고 그대로 나갔다"며 "한 단골은 항상 먹던 메뉴 대신 싼 메뉴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량진 컵밥 노점상 A씨는 "여긴 공시생들한테 싸게 팔아야 해서 더 올릴 수도 없는데, 물가가 지금도 오르고 있어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물가상승은 '착한식당'뿐만 아니라 요식업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5년째인 중국집 대표 김모씨(42)는 "버티고 버티다가 요리메뉴는 안 올리고, 식사메뉴만 1000원씩 올렸는데 손님들도 계산할 때 한마디씩 항의하신다"며 "코로나 끝나고 매출이 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재료 값·인건비·배달료 주다보니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박지영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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