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포스코도 멈췄다…車·가전·조선·시멘트 전방위 확산(종합)
2022.06.13 20:40
수정 : 2022.06.13 20:40기사원문
포철 선재·냉연공장 가동 멈춰…6조 손실 예상
출하 지연에 제품 저장 공간 부족...수요사에 소재공급 차질
[서울=뉴시스] 옥승욱 고은결 홍세희 기자 = 일주일째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스코가 결국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날 오전 7시부로 포항제철소 선재와 냉연 공장 일부를 중단했다.
우선 선재공장은 1~4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현재 선재공장 내에는 저장 공장이 없어 주차장과 도로 밖에 제품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냉연공장은 가전,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생산하는 2냉연공장이 멈췄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선재 7500톤(t), 냉연강판 4500t 등 하루 1만2000여t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항제철소 2만t, 광양제철소 1만5000t 등 하루 3만5000t의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양상에 접어들면 최후의 보루인 고로마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로는 24시간 열풍을 불어넣으며 쇳물을 생산한다. 고로가 꺼지는 경우는 개수(고로를 수리하는 것)와 폐쇄를 제외하고는 없다. 고로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초과하면 쇳물이 굳어 재가동 및 정상 조업을 하는데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고로 가동이 중단되면 이에 따른 손실액도 수조원에 이른다. 앞서 철강협회는 지난 2019년 "1개 고로가 10일간 정지되고 복구에 3개월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 약 120만t의 제품 감산이 발생해 약 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포스코는 8기의 고로를 운영 중인데 최대 6조원이 넘는 손실액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고로가 전면 폐쇄됐을 때, 다시 말해 포스코 제철소 전부가 마비됐을 때의 경우를 말한 것이라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포스코 고로 가동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로 쇳물로 바로 생산하는 반제품인 슬라브, 빌릿 등은 아직 보관 장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도 사태가 더 길어지면 고로 정상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육송 출하 전면 중단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철소내 제품창고가 거의 포화상태"라며 "제품 생산은 결국 연계성이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로 가동 중단까지 우려된다.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강재가 제때 납품되지 못하면서 자동차, 조선, 가전사들은 소재난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는 자동차강판을, 조선사들은 후판을, 가전사들은 컬러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생산에 가장 기초가 되는 소재가 없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현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고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택하고 있는 완성차는 이미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2000여대가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사와 조선사들은 미리 확보해 둔 재고로 근근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일 뿐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따라 일부 생산공정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해상운송을 비롯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최대 위기" 시멘트 휴일 출하량 '0'…재고량 총 114만t
전국 시멘트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 중단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휴일인 12일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다. 휴일 성수기 일평균 시멘트 출하량은 약 1만t이지만 이마저도 출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인 지난 11일에도 성수기 일평균 출하량(17만4000t·주말 기준)보다 16만2900t 적은 1만1100t 가량이 출고됐다. 평소대비 6.3% 수준에 그친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이후 충북 단양, 강원 동해의 시멘트 생산공장과 의왕, 수색, 인천 등 수도권 유통기지에서 집회를 벌이면서 시멘트 출하를 중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포항의 경우 화물연대가 포장시멘트를 운반하는 카고트럭의 출하를 방해해 피해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5일간 시멘트업계의 누적 손실규모는 7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지난 11일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에서 각각 재고량이 6만t, 4만t이 늘어 총 105만t의 재고가 쌓였다. 12일에도 하루새 재고가 9만t 증가하면서 총 재고량은 114만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수급이 막히면서 레미콘 출하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레미콘 업체는 통상 국내 수요의 1~2일분의 시멘트만 확보하고 있는데 시멘트 수급이 막히면서 레미콘 출하도 막힌 것이다. 레미콘 출하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건설 현장 '올스톱'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의 출하도 대부분 중단됐다"며 "이번 주부터 건설현장의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화물연대와 지속적인 대화를 벌이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오후 2시부터 10시30분까지 화물연대와 물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검토 결과 수용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대화가 중단됐다.
◆정부, 화물연대 피해액 1.6조 추정
정부는 지난 7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1조6000억원 상당의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자동차·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1조6000억원 상당의 생산, 출하, 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부품 반입 차질 등으로 인해 총 5400대(2571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철강 산업에서는 육상 운송화물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제품 반출이 제한돼 총 45만톤(6975억원 상당)의 출하에 차질이 생겼다.
석유화학 산업은 여수, 대산 등 석화 단지 중심의 제품 반출 제한으로 약 5000억원 가량의 제품 출하에 어려움이 빚어졌다. 시멘트 산업은 평시 대비 90% 이상 감소한 극심한 출하 차질로 건설 현장 등에서 총 81만톤(752억원 상당)의 시멘트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산업부는 해당 업종 외에도 이번 물류 차질이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봤다.
또한 지난 6일간 발생한 극심한 생산 제품의 출하 차질로 적재 공간 한계에 다다른 업체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주부터는 생산 차질 피해가 본격화돼 피해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 위기를 맞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화물연대 관련 물류 차질이 장기화되면 국민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조속하고 원만한 합의와 물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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