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죽은 물고기 뼈가 그대로…13년 가뭄에 사막이 된 칠레의 호수
2022.06.14 12:05
수정 : 2022.06.14 13:37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한때 거대한 호수로 200만 주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던 칠레의 페뉴엘라스 호수(Lake Peñuelas)가 13년 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사막이 돼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서 야기된 기후변화의 역습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발파라이소 지역의 페뉴엘라스 호수(Lake Peñuelas)에는 이제 두 개의 웅덩이를 겨우 채울 정도의 물만 남아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 호수에는 3만8000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길이 50m, 폭 21m, 깊이 1.98m 이상)을 채울 만큼의 물이 있었다. 발파라이소 지역의 주요 물 공급원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호수 바닥이었던 땅은 건조하고 갈라진 모습으로 드러났고, 말라 죽은 물고기들의 뼈로 가득 차 있다. 갈매기 같은 작은 생물들은 물을 찾아 황무지로 변한 호수 위를 겨우 돌아다닌다.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가 페뉴엘라스 호수의 사막화를 부추겼다. 일반적으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저기압 폭풍은 겨울 칠레에 비를 내리게 하고, 안데스산맥을 눈으로 덮었다. 이 눈이 녹아 강과 호수로 흘러들곤 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남극의 오존층이 얇아지며 남반구의 해수 온도가 상승했고, 칠레 해안에서는 전처럼 폭풍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소속 기후 과학자 제럴드 밀과 모나쉬 대학교 지구·대기·환경학 교수 줄리 아블라스터는 공동으로 저술한 보고서에서 남극의 오존 고갈은 온실 가스 증가로 이어지고, 극소용돌이를 강화해 칠레에서 폭풍을 몰아내는 등 기상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칠레 영토 전반의 물 부족 현상을 야기했다. 칠레 기후센터 연구원 듄칸 크리스티는 "폭풍우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가의 '급수탑'이라 불리는 안데스 산맥이 수분을 보충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눈이 녹은 물로 채워지는 강, 저수지 등이 점점 말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토목기사이자 물 전문가 미구엘 라고스는 "적설량을 측정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며 "눈이 내리더라도 바로 증발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가뭄'이라고 부르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는 '정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