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병 '5000원' 시대, "소개팅도 망설여져"
2022.06.19 14:12
수정 : 2022.06.19 14:12기사원문
급등하는 물가가 청년들의 연애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영화 한편 보고 밥을 먹고 술이라도 한잔하게 되면 데이트 비용으로 10만원 가까이를 써야 하니 '사람 만나기가 겁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트 한번에 8만원 지출
19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MZ세대 미혼남녀(남녀 각 500명, 25~29세)를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1회 당 지출하는 평균 비용은 7.9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성과 데이트에서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1.5%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본지가 접촉한 사회초년생 및 대학생들도 최근 물가인상으로 급등한 데이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끝없이 오르는 물가를 보면 피로감이 몰려온다"며 "소주 한병에 5000원, 맥주 한잔에 6500원이다. 소개팅은커녕 회사 동료와 저녁자리도 '선약'을 핑계로 불참할 때가 있다"고 푸념했다.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4% 올랐다. 이는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 지난달 CGV는 일반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올려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주말 야외로 나들이라도 나간다면 데이트 비용은 더 늘어난다. 야외로 갈수록 도시에 비해 음식값이 비싸지는 것은 물론이고 휘발류나 경유 모두 판매가격이 L당 2000원이 훌쩍 넘으면서 교통비 부담도 늘었다.
대학생 박모씨(23)는 "한 주에 3~4번 만나는데 데이트 비용만 50만원이 넘는다"며 "돈을 아끼기 위해 밖에 나가기보단 집에서 자주 본다"고 말했다.
■과외로 번 돈 70% 데이트 비용으로
물가가 앞으로도 오르겠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거나 소비를 줄이는 정도였다.
대학생 안모씨(21)는 "과외를 2개 해서 버는 돈 70%를 데이트 비용에 쓴다"며 "카페 기프티콘이나 영화관 티켓을 20~30% 싸게 파는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씨(29·여)는 "남자친구가 취업준비생이라서 데이트 비용을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맛집에 가는 빈도를 줄이고, 등산 같은 야외 활동을 하며 데이트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청년 삶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은 청년일수록 고물가에 피해를 보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가지 수를 줄이게 된다"며 "당장 올 하반기에도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