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연봉 날렸다" 개미들 눈물의 '손절', "다시는 주식 안하겠다"

      2022.06.15 15:53   수정 : 2022.06.15 17: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34세 직장인 이모씨는 3년 전부터 주식을 시작해 특히 지난해 수천만원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점점 주가가 내리막을 걷더니 평균 수익률이 최근 1주일 새 15%p 이상 급락했다. 2000만원 가까운 돈이 증발한 셈이다.

조만간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 목돈이 필요한데 이씨는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할지 고민이다.


#2. 28세 직장인 김모씨는 주식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11% 넘는 손실률을 봤다.
사회 초년생이라 일단 안전하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일부 매수한 덕에 평균 성과가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이 파란불을 깜빡이고 있는 터라 투자에 대한 흥미 자체를 상실했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주식을 뺄 수도, 자금 여력이 없어 추매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이자율 높은 적금을 알아보는 중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충격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고통을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 들어온 개미들은 하락장을 경험한 적이 없어 손실을 보고 주식을 팔아야할 지 아니면 버텨야할 지 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15일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59p(1.83%) 밀린 2447.38에 거래됐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16% 넘게 하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6만원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개미들은 주식 매도를 놓고 고민하면서도 지금 팔면 손해라 수익을 올릴 때까지 장기 투자하겠다는 반응이다. 언젠가는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일단 버텨다 보면 주가도 오를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40대 정모씨는 "계좌 수익률은 -72%지만 아직 팔지 않았으니 손실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며 "다시 증시가 반등해서 2~3년 안에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힘든 나날을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급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또 경신하고 있어 개미들의 곡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 종목들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테마주는 변동성이 커 그나마 안정적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성장주에 주로 투자해 실제 이익을 봤다”면서 “하지만 최근 그동안 벌었던 이익을 다 토해내고 마이너스를 찍었는데 노터스, 공구우먼 등 무상증자로 5~8배 가는 종목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주식으로 1년 연봉에 달하는 만큼의 손실을 보면서 주식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개미들도 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12월 말 67조5000억원에서 올해 5월 말 57조5000억원으로 10조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4월(61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4조원 가량 빠졌다.

33세 증권업계에서 일하는 손 모씨는 “A기업이 무상증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1억원을 투자했지만 발표 직후 10% 상승하다가 주가가 빠져 현재 -40%가 됐다”면서 “5년 동안 모은 자산이 한꺼번에 없어져서 앞으로 주식은 안하고 월급을 꼬박꼬박 적금에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걱정하는 개미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이달 초 127억원대였지만, 지난 10일에는 174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달 6거래일동안 914억1100만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52억3500만원이 강제로 처분된 셈이다.


빚투를 통해 주식으로만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현재의 투자금까지 벌게 됐는데 올해 들어 주식 수익률이 계속 마이너스”라며 “'언젠간 오르겠지'라며 버티고 싶지만 그동안 받은 대출금 때문에 반대매매가 될까봐 걱정 중”이라고 털어놨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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