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자진월북 아니라는데..文정부 왜 뒤집어 발표했을까

      2022.06.16 07:15   수정 : 2022.06.16 11: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난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와 관련해 당시 상황 및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A씨가 자진 월북(越北)을 시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이날 공개 예정이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A씨가 자발적으로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A씨 사건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결과 "자진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엔 북한 눈치를 보다 보니 '월북이 맞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일대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뒤 다음 날인 22일 NLL 일대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북한군은 A씨 시신을 불태웠다. 이 사건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해경은 A씨 사망 일주일 뒤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실종 당시 슬리퍼가 선상에 남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월북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과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A씨가 사고로 북측 해역으로 표류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던 1월 A씨 유가족들과 만나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해 A씨가 당시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발표할 경우 정치권에선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출범 이후 그동안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은 어업지도선 동승 공무원들 진술이나 군 당국의 특수정보(SI) 등 관련 자료들을 꼼꼼하게 검토해 왔으며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전임 정부 때 A씨의 자진 월북을 섣불리 단정해 유족에게 상처를 줬다고 보고 국가 차원에서 사과의 의미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에 대한 수사 등 진상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단순 실족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성급하게 결론 내렸다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정부는 향후 추가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당시 A씨가 월북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 때문에 진실을 은폐한다"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진상 규명이 모자란다 싶으면 좀 더 추가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사건 진상 규명에 관련된 정보도 필요하다면 일부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건과 관련된 자료 대부분은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최근까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안에서 최대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뭔지 법률·보안 검토를 진행해 왔다.
유족들은 당시 대통령 보고 및 정부 지시 등 일부라도 공개된다면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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