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품위있는 죽음' 공론화할 때 됐다
2022.06.16 12:35
수정 : 2022.06.16 12:35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 존엄사'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지만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조력 존엄사란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도 하는데,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약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구별된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연명치료 중단 등을 포괄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의료·윤리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서류 등을 갖춰 위원회에 조력 존엄사를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 심사를 통해 조력 존엄사가 결정된 환자는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조력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는 형법 상 자살방조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는 모두 불법이다.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며 소생 가능성 없이 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만 허용하고 있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을 받지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의료를 의미한다.
해외의 경우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뒤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여론은 대체로 찬성 쪽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3~4월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26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016년 찬성 비율 41.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응답자들은 찬성 이유로 Δ남은 삶의 무의미 Δ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Δ고통의 경감 등을 들었다.
안규백 의원은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기에 누구나 죽음은 찾아온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