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박에 0.05㎜로 새긴 새와 꽃… 신라 금속공예 '신의 솜씨'

      2022.06.16 18:08   수정 : 2022.06.16 18:08기사원문
3㎝의 금박에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새와 꽃 등을 새긴 통일신라시대의 금박 유물이 발굴돼 일반에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금박 유물 2점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이들 유물은 2016년 11월 경주 동궁과 월지 '나' 지구 발굴조사 중에 발견됐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들 유물은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특별전시로 진행된다. 금박 유물은 순도 99.99%의 정선된 순금 0.3g을 두께 0.04㎜로 얇게 펴서 만들었다. 가로 3.6㎝, 세로 1.17㎝ 크기의 평면에 새와 꽃을 조밀하게 새겼다.

금박에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0.08㎜)보다 가는 0.05㎜ 이하 굵기의 선으로 좌우측에 새 두 마리, 중앙부와 새 주위에는 단화를 그렸다.
금박에 새긴 새는 멧비둘기로 추정되며, 단화는 황룡사 금동제 봉황 장식 등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시대 장식 문양 중 하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물 중에서는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주 작은 금박 조각에 미세하게 문양을 새겨 육안으로는 금박의 그림을 판별하기 어렵다. 돋보기나 현미경을 사용해 문양을 확대해야 확인이 가능한 정도다.

금박에 새겨진 단화쌍조문의 경우 매우 사실적으로 꽃과 새를 묘사해 서양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라시대 고유의 형태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오른편에 새긴 새는 왼편 새보다 깃털 표현이 다채롭고, 몸집의 크기와 꼬리 깃털 형태도 달라 암·수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적인 표현은 금속공예의 영역을 넘어 통일신라시대 회화의 영역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박의 사용처와 기능은 현재로선 비교 사례가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금박을 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없다는 점에서 어떤 기물에 직접 부착한 장식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온전한 형태와 마감 흔적 등으로 볼 때 지금보다 넓은 금박에 문양을 새긴 뒤 사용할 부분만 오려낸 것으로 보인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선각단화쌍조문금박' 실제 유물을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와 함께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누리집 알림창 접속이나 QR코드를 통해 디지털 유물을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동궁과 월지와 더불어 신라왕경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확장된 동궁의 영역과 건물지 배치, 출토 유물에 대한 의미를 지속적으로 밝혀나갈 계획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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