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월북 왜곡, 빠른 후속조치가 필수
2022.06.17 14:37
수정 : 2022.06.17 14: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0년 9월 서해 해상에서 실종돼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사건의 경위가 1년 9개월 만에 뒤집혔다. 문재인정부 당시 월북으로 추정했던 해양경찰청이 16일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번복하면서다. 월북 의혹을 뒷받침할 첩보라며 이를 해경에 제공했던 국방부도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며 해경과 함께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었다.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해수부 어업지도원 이모씨(당시 47세)가 갑판에서 사라진 뒤 북한군에 의해 시신까지 불태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문 정부의 대응은 여러모로 석연찮았다. 북한군이 이씨의 신병을 확보했음을 인지하고도 사살될 때까지 여섯 시간을 허송한 게 단적인 사례다. 심지어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된 뒤에도 북한군에 3시간 해상 억류된 상태로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문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생명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 꼴이다.
무엇보다 북한군에 대한 감청 정보를 근거로 월북으로 단정한 게 무리수였다. 차가운 바다에서 표류 중 북한군을 만난 실종자가 일단 살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데도 말이다. 더욱이 실종자를 도박 빚쟁이로 모는 데 급급해 수영도 잘하지 못하거니와 평소 북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는 동료들의 진술은 초동 수사 과정에서 철저히 묵살됐다.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꿰다 보니 그 다음 수순도 꼬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시신도 못 찾고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힌 어린 아들은 대학 진학도 못 한 채 진상규명을 호소했지만, 문 정부는 외면했다. 특히 청와대는 일부 자료라도 공개하라는 법원 결정에도 항소로 맞서며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해 버렸다.
전 정부의 섣부른 월북 판단을 윤석열 정부가 수정한 건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그 게 끝일 순 없다. 진상을 보다 명확히 규명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족들은 “사건을 은폐했던 수사 책임자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이와 관련, “앞으로 더 진행이 되지 않겠나. 좀 더 기다려보자”며 추가적 진상 규명과 정보 공개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데도 전 정부 측 인사들은 이번에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왜곡을 시인한데 대해 “국가적 자해행위고 사실관계를 호도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 측도 추가 진상규명으로 정확한 팩트를 찾는 데 협력하는 게 도리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묶은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하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거나,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 또는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필요한 까닭이다.
만일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월북 왜곡과 관련한 확실한 팩트가 드러나면 그런 조작행위를 엄벌하는 건 당연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희생자와 그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후 구제 조치다. 고인의 명예회복이나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