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찔끔 올려 한전 적자 메우기는 곤란
2022.06.19 18:29
수정 : 2022.06.19 18:29기사원문
한전은 올해 1·4분기에만 이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 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가량 많다. 올해 30조원가량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가계는 전기요금 인상을 반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월평균 304kwh를 쓰는 4인가구 주택용 4월 전기요금은 약 3만6918원이다. 전기요금의 소비자물가지수 비중은 1.55%(1000 가운데 15.5)다. 전기요금에 더 민감한 것은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산업용 전력 소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을 크게 웃도는 54.8%(2019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상업·공공용 비중이 30.0%이고, 가정용은 13.4%에 그친다.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 이미 5%대 중반을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 있다. 5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9.6%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다.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0% 올랐고 상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상승했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수익성만 따질 것이라면 한전을 공기업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동안의 낮은 전력요금은 전력 다소비형 산업에 사실상 보조금 구실을 한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현행 요금을 50%가량 대폭 올려야 한다고 한다. 소비자 보호나 국민 수용성을 고려할 때 수용이 어렵다.
한전 독점 구조인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서 연료비가 오를 때 요금을 천천히 올리고, 내릴 때도 천천히 반영해 변동성을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전기요금 인상과 6조원 규모의 자구책만으로는 한전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적절한 전기요금 인상을 기본으로 하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와 전력도매가격(SMP) 규제 문제 등이 추가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