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서해 공무원 피살' 軍 정보 공개… "법·규정 따르겠다"
2022.06.20 22:21
수정 : 2022.06.20 22:21기사원문
국방부는 지난 2020년 9월 23일에 "지난 21일 오후 12시51분께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면서 "실종된 어업지도공무원 A씨(남·47세)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에 A씨가 보이지 않아 동승한 선원들이 어업지도선 자체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했으나, 선상에서 신발만 발견되고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해 해양경찰에 신고 접수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1시50분부터 현재까지 해양경찰 및 해군함정, 해수부 선박, 항공기 등 약 20여대의 구조 세력을 투입해 실종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했으나 아직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그러면서 군 첩보에 의하면 실종 하루 뒤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며 이와 관련 "관계당국은 실종 경위, 경로 조사와 함께 북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20년 9월 21일 처음 실종 뒤 생사가 불분명했던 A씨가 무참히 총살된 뒤 시신 수습은 고사하고 이날 조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한 뒤에도 이번 사건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지에 대해 "넘어온 인원을 사격하라 마라하는 것은 없다"며 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논리를 펴 또다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이 수역은 완충구역으로 돼있다"며 "9·19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0년 9월 당시 서 전 장관과 안 전 본부장 등은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월북 가능성 높다' 보고
서욱 전 국방장관은 사건 직후 2020년 9월 24일 열렸던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현재까지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선내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데 이 사람이 입고 있었다, 부유물을 갖고 있었다, 그 다음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실종됐다, 그리고 한 가지는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전 장관은 이씨가 타고 간 부유물에 관해서 "저희가 첩보를 종합해서 나온 결과로는 사람 1명이 올라갈 수 있는 정도"라며 "길이는 사람 키만큼은 안 된다. 무릎 아래까지는 보호가 안 되는 사람 키 크기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 전 장관은 어업지도선에서 사건에 발생한 데 대해 "무궁화호 어업지도선 정도 되면 사실은 저희가 그 세력을 믿고 지원을 받아가면서 작전을 한다"며 "그 배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에 조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어업지도선 내 다른 승선원이 이씨를 발견 못 한 데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아주 오랜 시간 바다에 떠서 작전을 하니까 당직제를 운용하게 되는데 당직제를 운용할 때 그 사람이 당직 시간에 나와서 자기 임무 하고 있으면 다른 인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감독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월북 추정' 근거 美 첩보 활동 포함 돼 한미 간 협의 필요할 수도..
서 전 장관은 사건 내용을 더 자세히 공개하라는 국회의원 요구에는 "저희의 능력과 제한사항을 국민들께 소상하게 알리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저희의 능력과 제한 사항이 대외적으로, 특히 북에 알려지고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안영호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측 인원은 선박으로부터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하고 방독면 착용하에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정보 분석한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 시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긴급 현안 보고 때 별도로 비공개 보고가 이뤄졌다. 서 전 장관과 안 전 본부장 등은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사건 전말을 보고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들은 월북 판단 근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당시 국방위 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김병기·김병주·김진표·민홍철·박성준·설훈·안규백·홍영표·황희 의원, 국민의힘 소속 강대식·신원식·윤주경·이채익·하태경·한기호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우리 군 당국은 2020년 9월 이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 북한군 교신에 대한 도·감청 등을 통해 "월북"이란 단어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군 자산을 통해 확보한 첩보도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6일 해경과 국방부 1년9개월만에 '월북 의도 인정 증거 없다' 입장 바꿔...'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씨 유족이 당시 청와대(국가안보실)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이 사건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16일 안보실과 해경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다가 안보실에서 항소를 취하하자 해경도 항소를 취하하면서 사건 수사기록 가운데 일부를 이씨 유족에게 공개했다.
같은 날 해경과 국방부는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이 사건에 대한 기존 수사 결과와 입장을 뒤집었다.
이렇게 군 당국이 1년9개월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월북 추정'이라던 당초 발표 내용을 철회했다.
20일 이와 관련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씨 사건 관련 정보를 제한적이나마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씨 유족과 정치권 등에선 군 당국이 이씨에게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최초 판단 근거가 됐던 특수정보(SI)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씨 사건과 관련 공개, 군사작전·정보활동에 위해 우려...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15년간 비공개 묶여..
하지만 군 안팎에선 특수정보(SI)는 적에게 누설될 경우 그 입수 경로·방법 등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어 군사작전·정보활동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개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 동향 등에 관한 SI 중엔 우리 군 자산뿐만 아니라 미군 자산을 이용해 확보한 첩보를 바탕으로 한 것도 적지 않아 이를 공개하려면 "한미 정보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군이 다루는 특정 정보의 공개 여부는 담당 부서가 먼저 판단하고, 국방부에선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와 장관 결재를 거쳐야 특정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로썬 국회가 이씨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경과 국방부가 보유한 관련 자료, 그 중에서도 군의 SI가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주요 단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 관련 수사·조사결과 및 처리과정 등을 담은 자료 가운데 안보실 등 청와대에서 생산·보고한 것은 지난달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만료와 함께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써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있는 상태여서 관련 법규에 따라 15년 간 비공개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있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현 정국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엔 부정적인 기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