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보유세 깎아준대도… 금리 공포에 거래시장 마비됐다
2022.06.20 18:10
수정 : 2022.06.20 18:10기사원문
대선 이후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에 반짝하던 기대심리마저 한풀 꺾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격 하락세가 컸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 짙어지나
20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값 누적 상승률이 전년 대비 상승한 곳은 서초(0.57%), 강남(0.32%) 등 강남 핵심지역과 대통령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0.39%) 정도다. 재개발·재건축 기대심리가 큰 동작구(0.04%)와 양천구(0.01%)는 가격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나머지 20개 자치구는 올해 아파트 값 변동률이 모두 하락세다.
서울 외곽인 노원·도봉·강북구 등 이른바 노·도·강과 성북구 일대는 물론 강남권인 송파·강동구, 강북 인기 지역인 마포·성동·서대문구 등지까지 일제히 하락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값도 지난주 0.02% 하락하면서 3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전주(-0.01%)보다도 하락폭을 키웠다.
이는 지속되고 있는 거래절벽 속에 다주택자 매물은 늘어났지만, 최근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한층 더 위축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한층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마포구 대장 단지인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1~4단지 3885가구 중 올해 매매 실거래 건수(신고 공개 건수 기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전용면적 84.89㎡의 경우 지난달 31일 17층이 18억7500만원에 매매돼 지난해 9월 최고가(19억3500만원) 대비 6000만원 떨어졌다.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강남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매도돼 지난해 11월 최고가인 26억원보다 3억5000만원 낮은 금액에 신고됐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는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인 지난해 11월 2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하락했다.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인 노·도·강 공인중개소들은 "시세보다 5000만~6000만원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경기 지역도 매수세 '실종'
서울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파트 값 상승 1·2위를 기록한 인천·경기 일부도 매수세 위축에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에 상승 기류를 탄 분당·일산 등 일부 1기 신도시를 제외하고 매물은 늘었지만,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꺾인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 화성(-2.53%), 시흥(-2.43%), 오산(-1.39%), 수원(-1.09%), 하남(-1.02%) 등의 올해 아파트 값 누적 하락률은 1%를 넘어섰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연수구의 누적 하락률이 1.22%에 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값이 보합·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강남권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규제 등 매매거래 자체가 억눌린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다만 매매건수는 극도로 감소하고 있지만, 신고가로 체결되는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