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압박받는 은행, 취약층 금리 깎는다

      2022.06.23 17:57   수정 : 2022.06.23 18:59기사원문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거론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하 카드 뿐 아니라 취약층 대책도 함께 마련 중이다. 은행권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등떠밀려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포함한 취약층 지원책을 내겠다는 것. 일부 은행은 매월 1회 금리 변경 시기에 맞춰 금리인하권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

■ 이르면 내주 금리인하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리인하를 포함한 취약계층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을 넘어 정치권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연구기관장과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은행은 상법에 따른 주주 이익뿐만 아니라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법과 헌법 체계에 있다"며 "주주의 이익을 대표하는 은행 등 1금융권 경영진도 그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해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금리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장과 우리은행장은 실무 부서에 금리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 이미 실행에 옮긴 곳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오는 24일부터 0.1%포인트 확대해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를 먼저 낮춘 것은 대표적인 서민 대출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p, 0.55%p 인하해 취급하고 있다. 추가적인 인하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차주의 주담대 만기를 5년 연장했다. 금리를 인하한 것은 아니지만 만기를 늘리면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은 이르면 다음 주 금리인하 등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취약계층 선제적 지원

시중은행들은 금리인하와 함께 취약계층 지원책도 함께 제시할 전망이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의 확대 시행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선제적 금리 인하요구권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연 2회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 안내를 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선제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별도로 꼽아 안내했다. 또 신용평가 변경주기(1개월)에 맞춰 월 1회 정기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7월 KB시니어 라운지를 개설한다. 급속한 디지털화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해결하고자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자치구의 어르신 복지센터와 협력했다. 복지센터를 방문해 주 1회 정해진 요일마다 대형 밴을 통해 순환 운영되는 이동점포다.


은행권 공통으로는 신용대출 119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연체 및 연체발생이 우려되는 개인의 회생 가능 여부를 종합 진단, 차주별 상환능력에 맞게 이자유예, 상환조건 변경, 만기연장 등의 방법으로 사전적 채무조정을 해주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 뿐 아니라 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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