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경찰청장 조만간 결정될 듯…윤희근·김광호·우철문 '삼파전'
2022.06.26 06:32
수정 : 2022.06.26 10:12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윤석열 정부 첫 경찰수장 인선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조만간 차기 경찰청장을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윤희근 경찰청 차장(54·경찰대 7기)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58·행시 특채), 우철문 부산경찰청장(53·경찰대 7기)이 김창룡 경찰청장(58·경찰대 4기)의 후임 자리를 놓고 삼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다만 현 정부 출범 후 경찰 인사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의외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차기 청장은 행정안전부의 경찰통제 방안과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으로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넘버 2' 윤희근, 청장 직행 가능성은?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차기 경찰청장 인선을 위해 인사검증동의서 등 인사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들은 지난 24일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들의 자료를 토대로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취임 한 달 전인 2020년 6월25일 청장으로 지명됐다.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로 한 달도 안 남은 상태다. 신임 청장 국회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이번주 내정자를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 서열 1위인 경찰청장(치안총감)은 경찰 서열 2위계급인 치안정감 가운데 1명이 승진해 맡는 보직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명이다. 이 중 임기가 보장된 국수본부장을 제외한 6명이 청장 후보인 셈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거론된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1991년 경위로 임용된 후 충북경찰청 정보과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경찰청 정보1·2과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지냈다. 경찰 내 대표적인 '정보통'이며 호방한 성격 덕분에 따르는 후배도 많다.
그는 치안정감 승진 보름 뒤인 8일 경찰청 차장에 내정됐다. 이를 두고 "사실상 차기 청장 승진을 염두에 둔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청 '넘버 투'인 차장이 '넘버 원' 청장으로 승진할 경우 업무 연속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윤 차장이 정무 감각이 뛰어나 국회 등 대외 업무가 중요한 청장직에 적합하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정보 경력에 비해 수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권조정에 이어 올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지게 된다. 가뜩이나 최근 인사로 자리를 옮긴 경찰청 수뇌부의 수사 경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차장의 청장 승진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반면 "경찰 수사 총괄은 국수본부장인 만큼 경찰청장은 조직을 아우르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김 차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행시 출신 김광호 주목…부산청장 우철문 '복병'
울산 출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울산 학성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 행정고시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김 청장은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의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그는 경찰청 정보1과장과 서울광진경찰서장, 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 경찰청 대변인,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울산경찰청장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시야가 넓고 학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변인 시절 큰 방향을 제시한 뒤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리더십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경찰대와 간부후보생이 주류인 경찰 조직 내에서 '비주류' 행시 출신인 그의 업무 능력이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치안정감의 요직인 서울경찰청장을 맡아 김 청장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 권고 방안이 경찰 반발을 사고 있는데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뒷말이 무성했다.
경찰국 신설 등 자문위의 권고안을 놓고 경찰청과 행안부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지만 그가 경찰 입장을 대변하거나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할지 의문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경북 김천 출생인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대구 성광고와 경찰대(7기)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경위로 임용된 후 서울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장, 경찰청 인사과장, 생활질서과장, 서울서초경찰서장,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을 역임했다.
경찰 개혁 핵심 과제인 자치경찰제를 추진한 '기획통'으로 경찰 내 평가가 대부분 긍정적이다.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해 위아래 모두에게 신망이 두텁다.
부산경찰청장 발령 전 수사기획조정관이던 그는 경찰을 대표해 행안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찰의 목소리를 제대로 냈는지 잘 모르겠다"는 회의론을 내놓는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
나머지 치안정감 3명 가운데 이영상 인천경찰청장(57·간부후보 40기)과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59·간부후보 41기)은 경찰 간부후보 출신이다. 현 김창룡 청장과 전임 민갑룡 경찰청장 모두 '경찰대' 출신인 만큼 안배 차원에서 이번엔 간부 후보생 출신을 발탁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이 청장은 수사통으로, 박 청장은 치안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송정애 경찰대학장(59·순경 공채)은 말단 계급인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송 기획관은 여성으로서 세 번째이자 여경 출신으로는 두 번째 치안정감이다. 나머지 후보에 비해 청장 지명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막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참고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