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이용해 간염 고의 감염… 보험금 챙긴 조직폭력배

      2022.06.26 18:20   수정 : 2022.06.27 09:20기사원문
조직폭력배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예전에는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조폭들이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 눈 먼 돈이라고 생각한 보험사기에 뛰어든 것이다. 잘 준비된 시나리오와 주변 조력자를 이용하면 손쉽게 거액의 보상금을 타낼 수 있어서다.

자기 몸을 이용해 질병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2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조폭 A씨 등 36명이 보험사기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붙잡혀 이 중 14명이 구속됐다.


부산 영도지역 조폭 36명은 지난 2005년 2월부터 5~6개 질병 관련 보험 상품에 동시 가입했다. 보험은 1일 입원시 보험사당 14만~57만원(개인평균 30만원), 1회 입원시 300만~1500만원 수령하도록 설계된 상품이었다.

이들은 보험에 가입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B형 간염과 C형 간염·고혈압 등 질환에 걸렸다며 3~40일 씩 장기입원했다. 특히 간염에서 고혈압으로 병명을 바꿔 다시 입원하는 등으로 1차례 입원시 최대 1200만원의 입원일당을 챙겼다.

이들이 주로 입원한 질병은 C형 간염이었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간염으로 당시에는 완치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2-3개월 외래 경구약 치료로 완치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장기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일상적인 접촉에 의해서는 전염되지 않고 주사기 공동 사용, 수혈, 혈액투석, 성접촉, 모자간 수직 감염 등 혈액매개로 전파된다.

조폭을 비롯한 지인들로 구성된 조폭 보험사기단은 부산 영도구 모 병원에서 불과 반경 1km 이내에 거주하는 동네 선후배 사이였다. 이 중 대부분인 25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됐다. 이들은 주사기나 칼 등을 이용해 고의로 병에 전염된 후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병원 입원 기간 중 밤에는 술을 마시고 낮에는 병실을 비웠다. 특히 폭력이 일상화 돼있던 이들은 의사와 간호사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에 해당하는 18개나 됐다.

보험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당연히 폭력을 저질렀다. 서울에 있는 보험사의 본사까지 찾아가 소동을 벌였다. 또한 장기 입원자들을 실사하던 보험사 직원을 협박하거나 폭행했으며 한 보험사 직원에게 1시간에 무려 50차례나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신노출, 여직원 앞에서 나체로 소변보기 등 인면수심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병원 직원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병원과 짜고 입원확인서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금을 부당 청구했다.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무려 약 35억원에 달했다.


계속될 수 있다고 믿었던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같은 지역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C형간염 치료를 받는 것을 이상히 여겨 신고를 한 것이다.
특히 이들의 보험 특약기간이 2~3년 이상 남아 있어 200억~300억원 가량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할 뻔 한 것을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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