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 폐지, 성인 78.8% "징계권 삭제 몰라"

      2022.06.27 08:31   수정 : 2022.06.27 08: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한 구실로 악용됐던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성인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징계권 폐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녀를 양육하는 대상자 10명 중 9명은 체벌 없이 자녀 양육을 돕는 부모교육이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월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을 조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비폭력적인 양육 방식을 안내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한 기초 자료로써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발표한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 조사에 따르면, 징계권 삭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았다.
지난해 1월 8일 민법 제915조, 일명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다.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 고 규정한 이 조항은 그동안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가정 내 체벌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으며, 지난해 제정 63년 만에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된 지 18개월 여 지났음에도 조사 대상의 78.8%는 징계권 조항 삭제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체벌을 둘러싼 인식 변화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개정 내용을 알고 있는 21.2%는 체벌이 줄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주변의 인식이나 행동이 바뀌지 않거나(69.7%), 징계권 삭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38.2%)이라고 답했다.

특히 29.2%가 체벌 없이 아동을 훈육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법의 개정을 몰랐다는 응답자들은 해당 내용을 잘 인식하기 위해선 언론 보도와 공익 캠페인, 부모교육과 아동권리교육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신체를 꽉 붙잡거나 때리기 등의 신체적 체벌과 고함치기나 내쫓기와 같은 비신체적 체벌에 대해선 각각 34.4%, 45.3%가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에 진행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의 답변이 30.6%, 43.1%였던 것과 비교해 각각 3.8%, 2.2% 상승해, 체벌 금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신체적 체벌의 경우 36.2%는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28.9%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해, 성인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신체를 꽉 붙잡거나 때리기 등의 신체적 체벌의 일부는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신체적 체벌 역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도 각각 34%, 20.1%에 달했다.

최근 1년 사이 자녀에게 신체적 체벌을 한 번도 한 적 없다는 응답자는 67.2%였으며, 비신체적 체벌의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33.9%로 확인됐다.
체벌 없이 자녀를 훈육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38.2%는 '체벌 없이도 아이를 훈육할 수 있기 때문에', 30.9%는 '인격적으로 키워야 인격적인 사람으로 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36.4%는 주변의 정보보다 양육에 대한 나의 생각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으며, 23.6%는 육아나 아동발달 관련 도서를 통해, 18.2%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정보나 교육을 통해, 9.1%는 사회복지기관이나 학교, 문화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75.7%)은 지금까지 부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없었으나, 이 중 86.7%은 체벌 없이 자녀 양육을 돕는 부모 교육이 있다면 참여 의향이 있다고 밝혀 부모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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