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감' 세정그룹…"오너2세 박이라 사장, 효과 없었다"
2022.06.27 14:55
수정 : 2022.06.27 14:55기사원문
매출 1조로 정점 찍고 10년째 내리막…3분의 1로 감소
세정과미래는 청산 수순…'니' 브랜드 매물 내놨지만 인수자 없어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중저가 패션 브랜드로 한 때 성장성이 높았던 패션기업 세정이 최근 수 년 간 매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정은 일찌감치 2011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매출이 정점을 찍었는데 이후 매출이 잇따라 하락하며 10년 만에 이전 매출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정은 지난 2011년 매출액 1조원 달성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18억원 흑자를 올렸지만 이후 적자로 돌아서 줄곧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이다. 세정은 2017년 영업적자 38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뒤 2018년 1085억원. 2019년 52억원, 2020년 40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지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정은 지난해 자회사와 점포 효율화 등 체질 개선 효과로 26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매출 하락세는 여전한 모습이다.
세정의 이런 실적 부진에 대해 업계에선 '가족경영' 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세정 이사회는 오너 일가 인물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세정 사내이사는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과 장녀 박민주 상무가 맡고 있다. 감사는 박 회장의 부인인 심현녀 씨가 맡고 있다. 또 다른 감사인 강창석 씨가 유일한 비 오너 일가 인물이다. 그나마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사외이사는 아예 선임조차 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장녀 박민주 상무는 세정의 마케팅을 담당한다. 둘째 딸은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막내 딸인 박이라 사장은 세정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 2005년 세정에 입사한 이래 박 사장은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며 2007년 세정과미래 대표 자리에 올랐다.
박순호 회장의 자녀들 중 박이라 사장은 경영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2019년 세정 사장에 오르며 최고경영자가 된 박 사장은 세정과미래 대표이사, 세정씨씨알(CCR) 대표이사도 겸직하며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경영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히 15년 넘게 경영해 온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실적 부진이 극명하다. 세정과미래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청산 수순까지 밟고 있다.
세정과미래의 매출은 2018년 629억원에서 2020년 30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은 94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불어났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130억원에서 222억원으로 확대되며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세정과미래는 지난해 기업 청산 수순을 밟으며 유일하게 운영하던 캐주얼 브랜드 '니(NII)'마저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마저 여의치 않다. 만성 적자 브랜드여서 인수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세정은 올리비아로렌, 인디안은 물론 종합 편집매장인 웰메이드 등 오프라인 가두매장을 필두로 성장해 왔다. 주 고객 타깃이 중장년층이다 보니 주로 아울렛과 백화점, 가두점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2010년 중반부터 '온라인몰' 패션 대응이 늦어지며 사세가 지속적으로 기울었다. LF와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경쟁 패션업체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때도 세정은 오프라인 사업에만 매달렸다.
오프라인 복합 생활 쇼핑몰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지난 2018년 세정은 아울렛 공간을 리모델링해 경기도 죽전에 '동춘175'를 선보였다. 세정 패션 매장과 지역 맛집을 연이어 입점시키며 쇼핑몰 활성화를 노렸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 사장은 뒤늦게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 회복을 보이진 않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세정의 실적 부진과 경영 악화는 가족 경영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서라도 세정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젊은 층을 공략하는 신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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