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자 vs 생태계 지원...억만장자들의 엇갈린 '가상자산 겨울' 대처법
2022.06.29 14:10
수정 : 2022.06.29 14: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약세장에서 부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프로젝트의 부도설이 잇따르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경영난을 겪는 '가상자산 겨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산업의 대표 억만장자로 불리는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와 샘 뱅크만 프라이드 FTX CEO가 상반된 대처법을 제시하고 나서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샘 뱅크만 프라이드 CEO가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자금지원'을 표방하고 나선 반면 창펑 자오 CEO는 '나쁜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구제해선 안된다며 인위적 시장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창펑 자오 "나쁜 프로젝트 실패하게 놔둬야"
29일 업계에 따르면 창펑자오 바이낸스 창업자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나쁜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실패하도록 놔둬야 하며, 건전한 회사들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창펑 자오의 입장은 '크립토맘'으로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과 유사하다. 그는 최근 포브스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파이들을 구제하는 대신 보다 지속가능한 산업을 만들기 위해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원칙을 어기고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등 최전선에서 플레이하는 기업은 구제하며 안된다"며 "시장 상황이 좀 더 어려워지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사라질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창펑 자오 CEO가 디파이 플랫폼 지원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창펑 자오 CEO는 24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낸스가 대출과 투자 혹은 인수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 회사를 도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50~100개의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창펑 자오 CEO는 어려운 가상자산 시장 환경이 건전한 프로젝트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샘 뱅크만 프라이드 "생태계 지키기 위한 개입 필요"
반면 샘 뱅크만 프라이드 CEO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햔한 지원에 본격 나서고 있다. FTX는 지난 24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와 2억5000만달러(약 3240억원) 규모의 회전 한도 여신(RCF) 계약을 체결했다. RCF는 현금 흐름의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는 회사에게 한도 내의 단기 신용자금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기업용 마이너스 통장이다.
블록파이는 가상자산 예치시 최대 15%(폴카닷)의 이자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지급된 이자가 7억달러(약 9076억원2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셀시우스·바벨 파이낸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SEC 벌금 1억달러(약 1296억원400만원)를 내야하는 등 연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샘 뱅크만 프라이드의 또 다른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도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서비스 보이저디지털에게 총 5억달러(약 6481억원) 규모의 현금과 비트코인 등의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보이저디지털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이 자금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FTX의 대출은 창업자 샘 뱅크만 프리드가 디파이에 대한 지원을 언급한 이후에 이뤄진 일이다. 샘 뱅크만 프리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개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 일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거나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생태계에 건강한 것이라 생각하며 생태계가 성장하고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