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야생화 뒤덮인 슬로프… 여름아, 어서와

      2022.07.01 04:00   수정 : 2022.07.01 07:59기사원문
【정선(강원)=조용철 기자】 강원도에서도 두메산골 오지로 꼽히는 정선. 태백, 영월, 평창 등과 접해 있는 정선은 불과 40여년 전만 해도 석탄으로 이름을 날리던 광산 도시였다. 평지는 부족한 반면 산줄기가 험준한 만큼 계곡이 발달했다. 하지만 정선은 자연이 빼어났기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풍광을 자랑했다.

레저부터 먹방, 문화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골고루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겨우내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의 슬로프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 샤스타데이지, 원추리, 목수국, 꽃양귀비 등 계절별로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여행객을 맞는다.
하이원리조트는 지난 2006년 스키장 오픈 이후 매년 야생화를 심어 슬로프 녹화사업을 이어왔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현재 하이원리조트 내에는 약 112종의 야생화가 자생한다.


■순백의 샤스타데이지 천국으로 탈바꿈한 강원랜드

'하늘길 카트투어'를 이용해 야생화가 가득찬 꽃길을 감상한다. 하늘길 카트투어는 이용객이 골프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1시간가량 왕복 7㎞의 야생화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곳에 내려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MZ세대뿐 아니라 가족단위로 찾아온 여행객까지 인생샷 명소로 인기다. 하늘길 카트투어는 마운틴 베이스에서 슬로워가든, 밸리허브를 지나 다시 마운틴베이스로 돌아오는 코스로 운영된다. 하늘길 카트투어의 대표적인 야생화 군락지로는 샤스타데이지, 원추리, 목수국 군락지를 꼽을 수 있다. 샤스타데이지는 하이원리조트의 초여름을 맞이하는 대표적인 야생화다. 순백의 꽃으로 뒤덮인 풍경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신비로움을 제공한다. 원추리는 하이원리조트를 대표하는 야생화다.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고 해서 망우초라고도 불리는 원추리의 별칭처럼 슬로프를 따라 피어있는 원추리의 주황빛 물결은 근심을 잊고 순간의 여유에 집중하게 만든다. 꽃길을 직접 걸을 수 있는 구간도 마련됐다. 힐콘도 근방에 위치한 슬로워가든에선 이용객들이 잠시 카트에 내려 목수국이 만개한 꽃길을 20여분 천천히 거닐 수 있도록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광부 아내들의 염원이 담긴 '도롱이연못'

하이원탑에서 하늘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도롱이 연못과 만난다. 도롱이 연못은 1970년대 석탄을 캐던 갱도가 지반 침하로 주저앉으면서 만들어진 생태연못이다. '도롱이'란 이름은 화절령 일대에 살고 있던 광부 아내들이 이곳 연못의 도롱뇽이 살아있으면 남편도 무사할 거라는 믿음으로 기도했던 데서 유래했다. 고지대에 자리해 더욱 더 신비로운 풍경을 간직한 도롱이 연못은 노루와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의 쉼터이면서 계절마다 갖가지 야생화가 만발하는 천상의 화원이기도 하다. 연못 둘레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해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상쾌한 숲의 공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도롱이 연못은 구름 위로 걷는 길, 운탄고도와도 연결된다. 운탄고도는 석탄산업이 활발했던 당시 채굴한 석탄을 나르기 위해 트럭들이 지나던 길로 해발 1100m의 고지와 능선을 걷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여행의 피로감을 씻기 위해 전통주 주점 '운암 작가(酌家)'로 향했다. 하이원리조트 한옥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되던 '운암정'이 최근 전통주 주점 '운암작가'로 탈바꿈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정선의 탄광, 탄광문화공원

정선은 1950년대 초 함백탄광이 문을 연 뒤 1960년대 초부터 사북탄좌, 원동탄좌에 이어 1963년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영업을 시작했다. 석탄산업은 1966년 태백선이 고한까지 개통되고, 광부들을 '산업 전사'로 치켜세워 사람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렸다. 전성기를 누리던 사북도 1989년 석탄 합리화 정책을 피할 수 없었다. 석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4년 10월 31일 문을 닫았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정선군 석탄산업의 막을 내리게 한 마지막 탄전이다.다른 탄전은 폐광과 함께 사라졌지만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탄광문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탄광문화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48m 수직갱 타워가 보인다. 수갱 타워 혹은 권양기라 불리는데, 지상과 지하 갱도로 광부와 석탄을 옮기던 시설이다. 탄광문화공원은 옛 동원탄좌의 행정동 건물 전체가 전시관이다.


■동강이 휘몰아쳐 만든 아찔한 곡선, 병방치

동강이 휘몰아쳐 만든 아찔한 곡선,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깊게 U자로 패여 마치 한반도의 모양을 보는 듯한 풍광을 자랑한다. 밤섬 둘레를 동강이 감싸며 휘몰아치는 이 절경을 스카이워크에서는 해발 583m의 절벽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조금 옆으로 이동하면 집와이어가 보인다. 집와이어는 출발점과 도착점의 차이가 총 325.5m로,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시속은 70㎞부터 시작해 최대 120㎞까지 가속할 수 있다.
탑승시간은 1분30초 안팎이지만 처음에는 아찔한 높이에 잠시 움찔하게 된다. 서서히 익숙해진 뒤에는 스카이워크에서 봤던 물줄기와 한반도 지형이 아름다운 동강의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마지막 도착지에선 생태공원의 분수대와 연못까지 감상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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