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라가르드 "超저금리·낮은 인플레시대 다시 안온다"
2022.06.30 18:22
수정 : 2022.06.30 18:22기사원문
탈세계화 흐름이 강화되면서 생산비가 오르고, 물가가 계속해서 뛰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중앙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팬데믹 이전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완만한 경제 성장, 낮은 기준금리는 이제 옛말이 됐고, 세계화 퇴행에 따른 고금리, 고물가 시대를 대비하라고 이들은 주문했다.
■ 10년 넘는 장기호황 끝났다
파월 의장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망을 뒤흔든 대규모 지정학적 충격이 10년 넘게 이어졌던 '대호황기' 시기를 끝장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ECB가 주최한 연례 컨퍼런스에서 이들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를 잡을 만큼 금리를 신속히 올리는데 실패할 경우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결국에는 지금보다 더 급격한 정책 대응으로만 물가를 완만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파월 의장은 "그 과정에서 일부 고통이 수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는데 실패해 이것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되면 그 고통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울러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갈등 속에 세계화가 후퇴하고 블록별로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흐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공급망이 분절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비용이 오르고, 성장 역시 둔화된다고 강조했다.
이전의 낮은 인플레이션 흐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 됐고, 이에따라 앞으로 세계 경제는 힘든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비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팬데믹, 그리고 지금의 대규모 지정학적 충격의 결과로 (반세계화 움직임) 고삐가 풀렸고, 이로 인해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서비스 지역이 다를 경우 그저 비용만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을 토대로 어디에서 생산할지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생산지 결정은 정치적으로 '친구냐 적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러시아·중국 등의 블록으로 양분되고 있고, 또 그 안에서도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시도에 따라 더 쪼개지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 인플레이션·고금리가 뉴노멀
파월은 이같은 역학 변화가 앞으로 전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화 후퇴 속에 낮은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전과 다른 힘이 작동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이에따라 통화정책도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은 이런 환경에서는 인플레이션 예측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다면서 "이제야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은 또한 미 경제가 경착륙을 피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시인했다. 파월은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어려워지고 길이 좁아졌다"고 표현하면서도 "우리의 목표로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 내부에서 미국의 물가상승세를 낮추기 위해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 연준은 소비를 둔화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5월 미 소비자 물가지수가 4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연준은 이달 금리를 28년만에 0.75%p 인상했으며 7월에도 같은 폭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