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재배포 스마트 단말기 실상은… '빨리빨리' '대충대충'

      2022.06.30 18:29   수정 : 2022.06.30 18:29기사원문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역 일선 학교에 보급한 스마트 단말기에서 보안 취약점 등 문제점이 지적되자 해당 단말기를 전량 회수해 재배포했지만 촉박한 일정에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통해 물량 밀어내기에만 급급한 정황이 드러나 재차 도마에 오를 소지가 높다.

6월 30일 관련업계 제보와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교육청은 스마트 단말기 재배포 작업 속도가 빠른 한 사업자에게 관내 한 중학교 별관 교실을 작업장으로 제공하고, 사업자는 일당 지급 아르바이트생에 의존해 하루 수천대씩 재배포 단말기를 쏟아냈다. 이 사업자는 애초 창원의 한 비어 있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작업을 시작해 이후 아르바이트생 모집이 늘자 인근 폐업 당구장 등으로 작업장을 옮겨가며 작업했다.

모집된 아르바이트생은 제대로 된 작업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0대가량의 단말기를 펼쳐놓고 기존 프로그램 삭제 후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의 단순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컴퓨터 사용에 미숙한 일반인으로 작업 순서와 관련한 간단한 교육만 거친 후 바로 업무에 투입됐다.


물량 소화능력을 인정받자 이번에는 경남교육청에서 더 넓은 작업장을 제공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창원 내서중학교 내 폐쇄된 별관 교실로 기존 당구장 면적과 비슷한 교실 3개를 무상으로 대여해준 것. 그 덕분에 작업 속도는 늘었지만 여건은 여전히 열악했다. 오래된 건물로 몇 년간 왕래가 없던 곳이라 에어컨은커녕 천장형 선풍기 몇 대만 있고 그마저도 고장난 선풍기가 여럿에 비가 오면 천장에 물이 새는 곳도 있었다고.

문제는 수백대의 단말기를 동시에 구동하는데 인터넷 공유기는 한두 대에 불과할 정도로 인프라가 취약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느려졌고, 담당자가 속도를 내라고 부추기면서 자연스레 날치기 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유해사이트 차단 앱 등 일부 필수 보안프로그램의 경우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데 설치가 더디다 보니 이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검수 과정을 생략하고 설치 여부만 확인되면 통과시키는 식으로 출고가 이뤄졌다.
일부 미숙한 아르바이트생이 작업 순서를 잊거나 실수를 해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이처럼 일당 지급 아르바이트생을 마구잡이로 모집하고 일관성 없는 작업체계로 물량만 밀어내기에 급급한 사업자에게 경남교육청이 작업장까지 제공하면서 납품을 독촉해 재배포한 스마트 단말기에서 다시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경남교육청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로서도 생각지 못한 문제가 터지면서 다소 급하게 대응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재배포한 단말기와 관련해 추가적인 오류는 보고된 바 없으며 앞으로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잘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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