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합쳐 완성한 Z경제… 이젠 구글·페북에 맞설 빅테크로"

      2022.07.03 17:56   수정 : 2022.07.04 1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에 맞설 수 있는 아시아 최대 AI(인공지능)컴퍼니가 되겠다." 지난 2020년 가을. 한일 양국의 거대 빅 테크 기업의 통합 발표 소식에 한일 양국 IT업계가 술렁거렸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추진 선언이었다.

날로 거세지는 GAFA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손을 맞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손 마사요시)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3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두 회사의 합병기업 Z홀딩스가 출항했다.
출범 1년 4개월. 라인, 야후재팬, 페이페이 등 Z홀딩스의 핵심 3개 회사의 일본 내 총 유저는 총 2억2500만명이다. 라인만 따로 뗀 글로벌 이용자는 약 1억9300만명(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이다. 두 회사 통합으로 탄생한 Z홀딩스의 매출액은 약 15조원이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최대주주를 구성하고 있는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선 것이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Z경제권'이란 말이 나온다. 대만, 태국에선 메신저, 스마트폰 간편 결제(페이)시장에서 압도적 1위다.

"객지에 보낸 자식이 커서 돌아온 느낌이다. 확실히 글로벌 사업에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황인준 Z홀딩스 글로벌 비즈니스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라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Z홀딩스, 라인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었다. 황 CPO는 현재 Z벤처캐피털 회장 등도 겸하고 있다. 2008년 네이버 CFO에 오른 뒤 2016년 라인으로 이동, 초대형 상장 이벤트였던 미·일 증시 동시 상장의 주역으로 꼽힌다. 내부에선 "빠른 판단력을 겸비했으며, 일이 되게끔 만드는 협상가"로 불린다. 재무책임자로서 시장과의 소통 역시 중시해 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인터뷰는 최근 일본 도쿄 요쓰야 라인 본사에서 이뤄졌다.


―국내에선 일껏 키운 라인이 소프트뱅크그룹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 아니다, 네이버가 큰 그림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시각들이 사실 혼재돼 있었다.

▲먼저, Z홀딩스를 지배하는 투자법인(지주사 격)인 A홀딩스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그룹이 각각 50%씩 들어가 있다. A홀딩스는 Z홀딩스 지분 65%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35%는 시장에서 갖고 있다. A홀딩스 아래, 양사 통합으로 만들어진 Z홀딩스에는 현재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진이 '5대 5'로 들어가 있다. 누가 누굴 먹었다는 그런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21년 경영통합 당시 AI를 중심으로 각 사업의 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엔(약 4조80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있다. AI 등 전략사업에 투자는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선 이른바 'Z경제권'이란 말이 나돈다. 통합기업인 Z홀딩스의 위상을 실감하게 해주는 말인데.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은 쉽게 비유하자면,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두 개를 합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페이사업(간편 결제)까지 더해졌다. Z홀딩스의 라인(커뮤니케이션, 일본 내 월간 이용자 9200만명) , 야후재팬(검색포털, 8600만명)에 직접 연결회사는 아니나 소프트뱅크그룹 계열 페이페이(PayPay, 누적 가입자 4700만명)까지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대략 3개의 플랫폼이 모인 게 현재의 Z홀딩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라인증권, 라인페이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 유명한 데마에칸(음식 배달 앱 서비스), 조조타운(패션), 잇큐(여행·외식) 등이 모두 Z홀딩스 산하다. 실제, 지난해 일본 내 톱10 앱 랭킹의 절반이 우리쪽이었다.


―기업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지는 경쟁기업 설정으로 명확해 진다고 생각된다. Z홀딩스, 라인의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일본 및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선도 AI 테크 기업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에 맞설 수 있는 아시아 최대 AI 컴퍼니다.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 한다. 과거 네이버에 있을 당시(최고 재무책임자), 초창기에는 다음(현 카카오)의 실적만 놓고 분석한 적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 좋은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글로벌 경쟁 시대다. 단순하게는 구글, 페이스북이 경쟁상대이고, 또 해당 국가로 들어가보면, 지역 강자(일본 라쿠텐, 아마존 재팬, 태국 쇼피)들이 버티고 있다. 각각의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인 것이다. 물론, 메신저 자체만 놓고 보면, 일본, 대만, 태국에선 라인의 경쟁사는 없다. 라인에게는 강력한 유저 베이스(이용자)가 있다. 이걸 바탕으로 국가별 현지 이용자들이 더 선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답 아닌가 싶다. 현재 시가총액은 저평가돼 있다. 글로벌 회사에 맞서게 규모도 가치도 키워가야 할 것이다.


―라인페이, 페이페이 등 사업이 겹치는 분야들이 있다. 경영통합의 원칙은 뭔가.

▲이용자 편익을 우선으로 하면서 동시에 시너지를 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각 서비스들이 거느린 거대한 트래픽(이용자)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통합이라고 해서 무조건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게 답은 아니지 않나. 가령,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는 서로 QR코드를 공유하고 있어, 페이페이 되는 곳에서 라인페이 결제도 가능하게 돼 있다. 물론 합쳐서, 비용,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도 있다. 양사의 벤처캐피털을 합쳐서 Z벤처캐피털로 만들었으며,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하나로 통합하기도 했다.

―이른바 '글로벌 홈런'을 기대할 만한 사업들이 있다면.

▲글로벌 전략의 핵심 국가는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다. 4개의 핵심 국가(키 컨트리)라고 부른다. 이들 국가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주력 사업'은 쇼핑 등 e커머스, 핀테크, 온·오프라인 연계(Online to Offline·O2O)다. 일본 라인쇼핑의 경우 등록 이용자 수가 4600만명을 넘어섰다. 대만과 태국 라인쇼핑 두 나라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총 2400만명이 넘는다. 라인페이는 일본, 대만, 태국에서 글로벌 6000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대만 라인페이는 현지에서 '굳건한 1위'다. 라인뱅크(은행업)의 경우도 현재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며 전세계 500만명이 넘는다. 내년 초에는 라인뱅크(은행)가 일본에서 출범한다.

―미래를 위한 글로벌 전략사업은.

▲4개국 외에 다른 나라에 도전하지 않냐는 질문들도 있는데, 라인도 초창기에는 여러나라에서 사업을 펼치고 도전해왔다. 그러다가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사실 이제 메신저를 베이스로한 지역적 확장은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웹 3.0'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지역 구분없이 글로벌하게 접근할 수 있는 NFT, 블록체인, AI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새롭게 가야 할 길이다. 블록체인은 라인이 오랫동안 투자해온 분야다. NFT 등을 계기로 글로벌하게 확장시켜 나가고자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 내 암호 자산 거래소 '라인 비트맥스', 글로벌 암호 자산 거래소 '비트프론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링크(LINK)라는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있다. 이걸 베이스로 해서, 한국에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술과 팀도 갖고 있다. 다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NFT 플랫폼 'DOSI'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NFT 종합 마켓플레이스 라인 NFT를 운영중이다. 굉장히 의지를 갖고 실행하고 있는 미래 산업 중에 하나다. AI와 블록체인은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과감하게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인의 대만, 태국에서의 사업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인데 어느새 조용히 1등을 달리고 있는데.

▲최근 태국 사업을 점검하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라인맨(음식 배달 앱), 라인뱅크, 결제지불 사업들이 급성장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선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다 왔다. 우리의 글로벌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마치, 객지에 내보낸 자식이 커서 성장해서 돌아온 느낌이다. (웃음) 다들 정말 열심히 한 거다. 확실히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2단계로 넘어간 것 같다. 메신저로 기반을 잡았고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버티컬 서비스들이 성장하는 단계라고 보인다. 필요하면 향후에 상장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가고 있다.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라 함은.

▲딱히 멋진 말이 있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지화를 굉장히 중시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지인의 생활 스타일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다면 1등을 할 수 있느냐'를 따진다. 1등이 중요하다.(웃음)

―소프트뱅크그룹 야후재팬은 인수 합병을 통한 성장 방식을 택해왔다면, 네이버 라인은 기본적으로는 주로 직접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 점에서 Z홀딩스의 투자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투자 스타일에 대해 말하면, 굉장히 유연하게(플렉서블하게)가져갈 계획이다. 기존 라인은 필요하면 거의 다 직접 만드는 기업이었다. 본업에 대해서는 자체 기술 개발을 지속하겠지만, e커머스, 핀테크, O2O등 버티컬 사업의 경우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잘 할 수 있는'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며, 인수합병(M&A)도 열어놓고 있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Z벤처캐피털의 투자활동이 최근 한국 스타트업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3억 달러 짜리 펀드를 갖고, 글로벌과 일본 투자 등 2개 부분으로 나눠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대상은 한국, 미국, 동남아, 중국 기업들이다. 인터넷과 관련된 B2C, B2B 기업들이고 AI, 핀테크, 미디어, 커머스 쪽에도 투자하고 있다.
투자 원칙은, 가능하면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시드(Seed)레벨을 벗어난 시리즈A, B까지 보고 있다.
시리즈A라 함은 시드 레벨을 벗어난 초기기업들을 말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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