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불필요한 규제 되지 않으려면
2022.07.03 18:54
수정 : 2022.07.03 18:54기사원문
자동차용 타이어를 예로 들어보자. 타이어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자동차 부품이면서 동시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생활용품에 해당한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타이어를 비롯한 부품이 갖추어야 할 성능과 기준을 정하고, 자동차를 제작하려면 이 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서도 타이어 등 생활용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에 따라 자동차 타이어는 최근까지 안전 확인을 두 번 거쳐야 했다.
이에 법제처는 심사를 거쳐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타이어에 대한 안전 확인이 중복되지 않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인증받은 자동차에 부착하는 타이어를 안전 확인 신고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는 법령을 집행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법령이 불필요한 규제로 작용하지는 않는지 살피고 개선한다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령도 그 요건을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면 일종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법'에서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스스로 보증한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에서는 그 투자의 최대 한도를 30억원으로 정하면서 동시에 보증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대로라면 보증금액이 적은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더라도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제처는 심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이 규정을 삭제해 보증금액과 관계없이 성장 가능성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규제도 저마다 필요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규제들이 함께 적용되어 필요 이상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하면서 보충적으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에 관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우에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인들은 2022년의 사자성어로 '중력이산(衆力移山)'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모두가 합심해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 정부도 같은 뜻에서 기업이 과감히 투자하고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법제처도 법령이 불필요한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다 같이 힘을 합치는 노력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완규 법제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