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열 견디면서도 가볍게" 전기차시대 소재 혁신 이끈다

      2022.07.04 18:14   수정 : 2022.07.04 18:14기사원문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사건 이후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과 세계 각국의 보호경제가 심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세계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5개 국가핵심소재연구단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까지 63개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연구단은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들이 기술자립은 물론 세계적 기술 확보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본지는 이 중 대표적인 3개 연구단에서 진행하는 연구개발(R&D)의 현황과 방향, 전망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국내 9개 산학연이 뭉친 경량금속소재 연구단은 자동차 핵심 부품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 제조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까지 111억원을 투입하는 이 연구단은 해외의존도가 70~80%인 정션박스와 제너레이터 부품을 국산화함과 동시에 미래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범석 단장은 4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코넥의 연구소에서 "이번 연구개발에 참여한 코넥은 이미 660억원이라는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넥 이광표 부회장은 함께한 자리에서 "이번 R&D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곧바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차 부품 시장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며 "전량 수입해야 하는 부품을 우리가 개발한다는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션박스·제너레이터 소재 개발

2020년에 R&D사업을 시작한 연구단은 스마트 정션박스와 제너레이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개발, 올해 말까지 시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구단은 한국자동차연구원 한범석 박사가 단장으로 총괄지휘하고 한국재료연구원, 코넥, 명화공업, 용인전자, 애니캐스팅, 한밭대, 국민대, 인하대 등이 함께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과 명화공업, 용인전자, 한밭대 등이 스마트정션박스를 개발한다. 또 한국재료연구원과 코넥, 인하대 등이 고전압 제너레이터 보호 소재를 만들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대가 소재와 공정, 구조, 물성 등 전주기 예측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한 단장은 "올해 말 시작품이 나오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올 것"이라며 "내년에는 이러한 것들을 보완하고 개발품의 공정과도 연계해 참여기업이나 다른 기업들이 기술을 이전받아 양산에 들어가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는 부품 하나만 성능이 뛰어나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라면서 "부품들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해 현대차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진행한 R&D에서 얻은 결과물에서 의미있는 성과도 나왔다. 지난달 말 버추얼랩이 AI를 이용한 합금 개발 프로그램을 기술료 2억원, 러닝개런티 5%에 기술이전받았다. 연구단은 추가적으로 올해말까지 2개 정도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논의중이다.

■해외의존도 70~80%

정션박스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현재 93억달러로 미국과 일본이 원천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제너레이터 규모는 110억달러로 독일, 일본, 프랑스가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해외의존도가 스마트 정션박스는 70%, 제너레이터는 80%까지 상당하다. 시장이 점점 전기차용 부품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도 8~14.9%로 급성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은 점점 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고 연성과 방열까지 뛰어난 소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300~400볼트를 사용하는데 앞으로 800~1000볼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모터나 제너레이터가 점점 소형화·고출력화되면서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정션박스도 점점 스마트화되면서 인버터와 컨버터, 충전기(OBC) 등이 통합되고 있다.


사이즈를 줄이고 통합화시키면 부품 수가 줄어 생산단가는 낮출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 통합시키다 보니 열이 많이 난다. 한 단장은 "100도 이상 발생하는 고열을 외부로 방출하지 못하면 정션박스 안에 있는 부품들이 견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부품이 녹아내리면 자동차가 고장나는 것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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