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스스로 범죄 그만두도록 도와줘야죠"

      2022.07.06 18:09   수정 : 2022.07.06 18:09기사원문
"소년범 가운데 약 94%가 스스로 범죄를 중단합니다."

서울소년원장을 역임한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57·사진)는 "사회 격리와 처벌 위주로 소년범을 다루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교화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2007년 법무부 소년과장 시절 소년원법을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로 개정했고, 현재의 10단계 소년범 보호처분 체계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소년원장을 맡으면서 소년범들이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접촉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기획했다. 2011년엔 소년원 출신 3102명을 12년간 추적조사한 '소년범죄자의 범죄 중단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범죄자로 성장하는 소년범은 6.7%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한 교수는 "부산대 법학과 3학년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행정고시로 돌리면서 '제일 보람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 소년원과 보호관찰소에서 일하는 보호직 공무원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기 법무부 보호직 5급 공무원으로 임명돼 3년간 분류심사관으로 일했다. 소년범 범죄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분류 과정에서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 환경과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교수는 "소년범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문제가 있으면 정서가 불안해 학교에서도 적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문제가 있는 소위 불량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들끼리 가정에서 얻지 못한 유대감과 안정을 얻기에 교우관계를 끊으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해결 과정에선 범죄뿐 아니라 환경 개선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소년범죄는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과 부모 이혼율이 높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며 "아이들에게만 잘하라고 하기 전에 현재의 환경들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현재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청소년비행론' '피해자학' 등의 강의를 열어 소년범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소년범이 평생 범죄자로 자라날 확률이 6%밖에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조건 나쁜 녀석이라고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을 기다려주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면서 자기 역할들을 한다"며 "단순히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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