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 前자위대원이 쏜 총탄에 사망...충격에 빠진 日열도(종합)

      2022.07.08 20:22   수정 : 2022.07.09 14:21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보수 강경파' 정치의 상징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총격피습으로 사망했다. 향년 67세. 일본 열도는 보수의 구심점이자, 역대 최장수 총리(통산 8년 9개월)를 지낸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소식에 충격에 휩싸였다.

■'선거의 왕' 생의 마지막 유세
8일 오전 11시30분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 교토·오사카·나라를 잇는 교통 중심지인 이 곳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 소속의 참의원 후보 지원 연설을 시작했다.

약 1~2분이 지났을 무렵, 두 번의 총성이 울렸고 그 직후 아베 전 총리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이것이 '선거의 왕'으로서 생의 마지막 유세 활동이었다. 야마가미 데쓰야(41·남성·나라시)라는 전직 해상 자위대원이 쏜 총탄에 목은 물론이고, 심장 가까운 곳까지 출혈이 발생했다. 병원 이송중에는 의식이 있었으나, 인근 나라현립의대 부속병원에 옮겨진 직후엔 심폐정지 상태였다.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도쿄를 출발, 교토를 거쳐, 나라현립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그리곤 약 3분 후 의사의 사망판정이 내려졌다.



이송처인 나라현립대 병원 후쿠시마 히데타다 교수는 회견에서 "상처가 깊어 심장까지 도달하는 깊이였다"면서 "이송됐을 당시부터 사실 구명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교수는 "경부에 총상으로 보이는 상처가 2곳이 있었으며, 사인은 출혈사"라고 말했다.

범인은 전직 자위대원 "죽이려고 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야마가미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해상 자위대에서 근무했다. 사용된 무기는 사제총이다. 나라시 소재 그의 자택에는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도 발견됐다. 일본 경찰들은 자택 수색에 앞서 폭발물 처리부터 해야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권총이나 폭발물을 제조해 왔다"고 진술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이유에 대해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원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약 10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으며, 직후에도 도망치려는 기색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했다.


충격에 빠진 日정가...선거 D-2
이날 야마가타현 지원 유세 도중 도쿄로 급히 돌아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길 기도한다"고 했으나, 이후 최종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기도가 덧없게 됐다"며 "정말 유감스러워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비통해 했다. 기시다 총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열리는 가운데, 자행한 비열한 만행"이라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993년 나란히 중의원 선거에 당선되며 정계 입문한 '당선 동기'다. 30여년간, 두 사람은 '보수의 프린스(기시다)', '극우의 도련님(아베)'으로 은원관계를 형성해 왔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권에서 일본의 최장수 외무상을 지냈다. 아베 전 총리 다음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아베 전 총리의 선택은 스가 요시히데였다. 1년 만에 스가 내각 실각으로 지난해 치러진 선거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밀다가 막판에 기시다 밀어주기로 합류했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까지도 외교, 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며 사실상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자민당 모테기 간사장 등 당 3역은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고, 당 간부 및 각료의 선거 지원유세 활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선거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인해 자민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 후 기시다 총리의 구심점이 강화되면서, 정국 구조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역대 최장기 일본 총리'의 사망 소식을 특보 체제로 보도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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