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단독 범행..."아베, 종교에 심취한 모친 파산에 연관"

      2022.07.09 14:02   수정 : 2022.07.09 20:2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어머니가 (종교)단체에 빠져 파산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 단체를 널리 퍼뜨렸다고 생각해 원망하고 있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67)를 총으로 쏴 사망에 이르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 용의자(41)가 일본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범행 동기다.

특정 조직이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반감을 들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일명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행 동기...모친의 종교문제
9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전직 일본 해상자위관인 야마가미는 특정 종교단체명을 꼽으면서,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생각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특정 정치단체나 폭력단에 소속되지 않았으며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일본 수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했지만,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야마가미는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종교 단체에 빠져들어 많은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한이 있었다"며 "이 단체의 리더를 노리려 했지만 어려웠고,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말했다.

■"총은 직접 만들었다" 명문고 출신이나 대학진학 안 해
용의자는 사건 현장으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월세 4만엔(약 38만원)짜리 원룸에서 기거해왔다. 부친이 일찍 사망한뒤, 모친 등 그의 가족은 회사를 경영하던 조부와 함께 살았다. 1999년 나라현에서 세 손가락안에 드는 대입 명문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엔 진학하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모친의 종교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 어머니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팔고, 이어 2002년 파산했다고 한다.


그해 자위대에 입대, 히로시마현 소재 부대에서 2005년까지 3년간 임기제(비정규직)자위관으로 근무했다. 이때 소총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 배웠다. 그는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사제 총에 대해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서, 스스로 만들었다. 권총을 많이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일본 경찰은 그의 자택에서 사제 총 몇 정과 폭발물질(화약류)를 확보했다. 수사 관계자는 슈칸분슌(주간문춘)에 "현장에서 압수된 총은 길이 40cm, 높이 20cm의 사제 총으로, 총통은 3구로 1개당 6발의 탄환이 들어가 있어 결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2020년 가을부터는 간사이 지방의 플라스틱제조회사에서 파견사원으로 근무했다. 큰 트러블은 없었지만, 올해 5월 퇴직하고 무직 상태다. 고교시절 한 동창은 그가 학창시절엔 말수는 적었지만, 응원단 활동에 열심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대학에 진학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해상 자위대에 입대했던 사실도 이번 사건을 접하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동창은 "사상적으로 오른쪽도, 왼쪽도 아니고, 원래 정치 얘기 따윈 한 적도 없었다. 졸업 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그와 이번 사건과는 도통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 노리고, 유세 현장 쫓아다녀
그는 자민당 홈페이지에서 아베 전 총리가 8일 오전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거리 유세를 하는 일정을 파악하고, 전철로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또 사건 전날인 지난 7일에도 아베 전 총리의 유세 현장인 오카야마에도 갔었다고 밝혔다. 살해 동기를 갖고, 일정을 쫓아다녔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도중, 야마가미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같은 날 오후 5시 3분에 숨졌다. 한 가정의 파산과 개인의 비극, 그로부터 만들어진 원한이 역대 최장기 집권(8년 9개월)을 기록한 전직 일본 총리에게 향하고 있었으며, 2022년 7월 8일 운명의 날이었던 것이다.

일본 여야는 이번 사건을 민주주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테러 행위로,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과 위협"으로 규정했다.

일본 정가와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던 아베 신조라는 정치인의 궤적이 길고도 깊기 때문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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