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버킷리스트 하나씩 클리어해야죠"…'전국 최연소' 김보미 강진군의장
2022.07.10 08:50
수정 : 2022.07.10 08:50기사원문
(강진=뉴스1) 박진규 기자 = 전국 최연소 의장을 배출한 전남 강진군의회가 주목받고 있다.
강진군의회는 지난 5일 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 전체 의원 8명 만장일치로 김보미 의원(32·여)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1989년 12월생으로 올해 만 32세인 김 의장은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이자, 지방의회 개원 이후 최연소 여성 의장이 됐다.
단숨에 전국에서 주목받는 정치인이 된 그를 만나 그간의 정치 이력과 향후 행보, 각오 등을 들어봤다.
◇ "의장 되니 부담도 되지만 일할 수 있어 신난다"
지난 8일 강진군의회 의장실에서 만난 그는 순수한 청년 모습이었다.
축하 인사와 함께 최연소 의장 타이틀을 의식했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 했다"며 "언론에서 최연소라고 말해줘 알게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막상 의장이 된 기분을 묻자 "차도 나오고 비서도 나오니까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일단은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신난다"고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물론 두렵기도 하지만 그동안 구상해 왔던 의정 활동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진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물었다.
그는 "부모님 다 강진에서 살고 계시고 저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다"며 "언니와 남동생이 있지만 제가 아버지 일을 대신 맡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답했다.
부모님이 둘 다 도예가인 집안 내력상 김 의장도 대학을 미대 조소과로 선택했다.
◇ 아버지 선거운동 도우면서 정치에 관심…민주당 입당하고 본격 활동
하지만 대학 진학하자마자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아버지 대신 공방 일을 맡게 됐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20대 초반부터 공방 대표 직함을 갖고 청년 벤처사업가로 활동하다 보니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정치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8년 전 기초의원에 출마한 아버지의 선거를 도우면서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지만, 김 의장은 이후 민주당에 가입해 본격적인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엄청 힘들었지만, 이렇게 매사에 임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 열정으로 일했더니 공모전 수상도 엄청 많이 하고 일이 잘 풀렸다"고 회고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비례대표에 당선되면서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였다. 주변 권유가 아닌 김 의장 본인이 직접 뛰어들었다.
"저는 늘 도전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될 줄 몰랐다"고 웃었다.
당시 비례대표 후보에는 김 의장을 포함해 5명이 지원해 경선을 실시했고,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제가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 국회의원 지역구인 강진, 장흥, 보성, 고흥 4개 지역에서 다 합쳐서도 1위였다"고 자랑했다.
비결을 묻자 "그냥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발로 뛰는 것밖에 없다. 제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 술 사고 밥 사는 선거운동 대신 발로 뛰어
이번 강진군의회는 민주당 소속 7명과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3선 1명에 재선 의원 4명, 초선 3명이다.
자신보다 다선인 의원도 있고 다들 연배가 위였지만 의장 선거에서 발로 뛰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소위 술 사고 밥 사고 표 얻는 선거를 할 수 없었다.
그는 "한분 한분 찾아뵈고 의정활동 계획서를 만들어 나눠주면서 연차별로 의원님들을 모시고 이런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며 "운 좋게도 여러 의원님이 제게 기회를 주셨다"고 감사해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 2년간의 의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강진군의회의 기틀을 새롭게 정립할 계획이다.
지난 4년간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초선 의원도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의정활동에 안착할 수 있도록 꼼꼼히 세부 내용을 짜고 있다.
김 의장은 "기초의회 사무가 집행부로부터 독립되고 새롭게 나아가는 단계인 만큼 첫 단추가 중요하다"며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군의회의 역량과 위상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방의회 무용론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의장은 "지방의원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견제 세력이 없는데. 일부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의원들 때문에 그런 인식이 있지만 저는 모형 CCTV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조심하듯 지방의회가 존재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김대중 대통령 어록, 카톡 프로필에 올리며 존경
존경하는 정치인으로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김 대통령의 어록을 카톡 프로필에 올려놓고 힘들 때 되새겨 본다"며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도 김 대통령님 덕분이다. 늘 내 마음에 위안이 되는 분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김 의장은 "강하면 부러진다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대나무처럼 유연한 사람이 되라고 다들 하시지만 저는 그냥 소신 있게 정치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제 혼자 의원일 때하고는 다르겠죠? 주위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