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리고 남편 뺑소니 계획… 13년만에 경찰에 덜미

      2022.07.10 18:04   수정 : 2022.07.10 18:04기사원문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도 있다. A의 뺑소니 보험범죄는 지난 2003년에 발생했지만 13년 후 공범 중 한 명이 입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밝혀지게 됐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발생한 뺑소니 보험범죄는 10년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결국 2016년 대구지법에서 아내 B씨가 징역 15년, B씨 여동생 C씨 12년, 공범 D씨 15년, 공범 E씨 10년을 선고해 복역 중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2015년 도입된 태완이법으로 인해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뒤늦게나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밝혀진 것은 12년이 지난 2015년, 공범 중 한 명이 술자리에서 "과거에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받았으나 괴로웠다"고 한 말에서 시작됐다.
이를 기억한 사람이 금융감독원에 제보했고 경찰에 신고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제보자가 제공한 정보는 '2003년에 일어난 뺑소니'라는 단순한 말이었다. 하지만 경북경찰청 장기미제팀은 오래된 수사기록을 겨우 찾아 2003년 김씨가 사망한 뺑소니 사건 수사 자료를 발견했다.

남편 A씨는 평소 아내 B씨의 불륜을 의심해 술을 마시면 자주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B씨는 무속인 여동생 C씨에게 전화해 형부의 죽음을 비는 기도를 올렸다. 그러다 B씨는 C씨에게 남편이 사망하면 나오는 보험금 중 일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C씨는 보험약관에 휴일 또는 야간에 교통사고 사망시 보험금이 최대 10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내연남 D씨와 보험사기를 공모했다. 여기에는 동창 E씨도 범죄에 가담시켰다.

거의 1년간 B씨 공범들은 보험사기를 모의했다. 이들은 A씨가 술에 취하면 마을 입구에서 내려 걸어오던 습관을 이용해 2003년 2월 23일 경북 의성군에서 범행을 실행했다.

A씨의 부서진 손목시계가 오전 1시 20분에 멈춰 있어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었지만 사망자가 발견된 도로는 오르막길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내리막길로 변경되는 지점이었다. CCTV도 없는 길이라 뺑소니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재수사를 시작한 수사팀은 우선 C씨를 불러 사건에 대해 물어봤다. C씨는 당황해 당시 공범이었던 D씨에게 연락을 했다. 이에 D씨를 심문해 뺑소니범인 E씨의 존재도 밝혀냈다. 그러다 사건을 기획한 B씨를 밝혀내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사건 당시 B씨는 다른 친척모임에 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알리바이가 확실했기 때문에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B씨가 받은 보험금 5억 2000만원은 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뒤 3억 2000만원을 공범들에게 여러 번 나누어 차례차례 송금했다.


하지만 공범 4명은 범행 이후 보험금을 탕진했고 한명은 병까지 얻는 등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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