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 '힘의 공백'… 자민당 권력구도 재편되나

      2022.07.10 18:19   수정 : 2022.07.10 1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정치 지분구조상 '제1대 주주' 격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 피습으로 사망하면서 일본 정치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직 총리였으나 그 존재감과 영향력은 퇴임 2년이 다돼가도록 현직 총리를 넘볼 만큼 컸다. 아베 신조의 부재는 곧 자민당 내 '힘의 공백'을 의미한다.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이 돼버린 개헌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냐, 주변국과 협력 속 경제발전을 중시해온 일본 보수 본류(요시다 노선) 적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 힘의 공백을 치고 들어갈 것인가. 10일 참의원(상원) 선거와 그로 인해 만들어질 일본 정계구도 개편에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베의 유훈을 붙잡고 갈 것인가, 기시다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인가에 따라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열도 4만6000여개 투표소에서는 오전 7시부터 참의원 선거가 이뤄졌다. 일본 총무성은 오전 11시 기준으로 투표율이 10.44%로, 직전 2019년도보다 0.74%p 높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동정표는 물론이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권자들조차 투표소로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내각 출범 9개월 만에 이뤄지는 '중간평가' 격으로, 기시다 총리로선 안정적 국정운영을 확보할 시험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불과 5월까지만 해도 60%를 넘었던 내각 지지율이 원자재 값 상승과 엔저발 물가상승 여파가 덮치며 지지율이 증발하고 있던 상황에서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사건이 돌연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선거 후 자민당엔 두 가지 흐름이 예상된다. 하나는 아베 전 총리가 '비원'으로 삼았던 개헌 추진에 탄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팽창 등 국제정세 변화로 평화헌법을 지지했던 일본 국민 중에도 최근 개헌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친구이자 주군이었으며, 동시에 눈엣가시와 같았던 아베 전 총리의 부재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란 부분이다.

다만 전자의 경우엔 개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단기에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아베 계승자들'의 역할에 달린 문제다.

현재로선 일본 보수의 적자로 불리는 기시다 총리가 소수파벌의 약점을 극복하고, 향후 '선거 없는 황금의 3년'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가의 한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선거를 통해 소수파벌(기시다파, 굉지회)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뒤 같은 파벌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물려주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징용·위안부 배상 판결과 관련, 한국에 강경대응을 주문했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사건은 곧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기류가 바뀌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가 당초 보류 결정했던 사도광산(일본 니가타현 소재 강제징용 현장)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압박하며, 이를 한일 역사전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동시에 아베 전 총리가 주장해온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및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 아베노믹스로 인한 재정확대 등 분야별 정책노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eh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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