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덫'에 걸린 청소년...석달새 2배 늘었다
2022.07.11 17:45
수정 : 2022.07.11 17: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최근 석달 새 청소년 마약사범이 두배나 늘면서 관련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약 사범의 경우 각종 중대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층의 경우 마약 상습 복용에 따른 폐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펜타닐' 등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마약류가 유행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사범이 석달 새 2배나 증가했다.
향정신성 마약사범 석달만 껑충
11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대검찰청 마약동향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마약 사범은 지난 1월 1050명에서 5월 1638명으로 56% 급증했다. 월별로는 2월 914명, 3월 1113명, 4월 123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사범이다. 현행법상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 대마 3종류로 나눈다. 마약에는 화학적으로 제조할 수없는 코카인과 헤로인, 몰핀 등이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화학 제조가 가능한 필로폰과 프로포폴, 졸피뎀 등이다. 대마는 대마초나 대마 엑기스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585명이었던 항정 마약사범은 5월 1150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이들 중에는 청소년층이 상당수 포함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5월 10대 마약사범 192명 중 53.6%인 103명이 향정 의약품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20대 역시 같은 기간 1841명 중 65.5%인 1207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도 10~20대 마약 사범 5527명 중 58.5%(3236명)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대마 1945명(35.1%), 마약 346명(6.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 처방으로 구할 수 있어 다른 마약에 비해 접근성이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부 청소년의 경우 과도한 학습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범부터 처벌 강화해야"
청소년의 마약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119명에 불과하던 10대 마약 사범은 매년 급증하다 지난해 540명을 기록했다. 20대 마약 사범도 지난해 5077명으로 같은 기간 2배 넘게 급증했다.
10∼20대에 마약 복용이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이들이 컴퓨터나 모바일 등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는 점이 꼽힌다. 아울러 다이어트약, 진통제 등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쉽게 병원에서 처방받는 여건도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된다"며 "호기심에 마약류를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5월 모르핀보다 약효가 100배 강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병원에서 처방받은 뒤 온라인 상에 유통하는 등 혐의로 10대 42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된 바 있다. 올 6월에는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불법 유통한 중·고등학생 46명 등 59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마약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힘을 낼 수 있다'는 표현으로 청소년층을 회유하고 있어 청소년 다수가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 영국 등에선 일선 학교에서부터 약물 관련 교육을 시행하지만 국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청소년 마약사범을 줄이기 위해선 초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 교수는 "재판부에서는 초범이라고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소년 시기에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했다가 청년으로 넘어가 더 센 마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초범부터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