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2022.07.12 13:59
수정 : 2022.07.12 15:23기사원문
특히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관련 경호 강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서 대규모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예고된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총기 청정국'인 한국에서 과연 '사제총기'에 의한 불의의 사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도 사제총기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가능성은 높다.
국내 사제총기로 가장 큰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지난 2016년이다. 이른바 '성병대 사건' 또는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으로 불린다.
사건이 발생한 2016년 10월 성병대는 거주하는 건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가 평소 자신을 경멸한다고 생각해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유튜브에서 사제총기 제작방법을 검색, 알루미늄 파이프, 볼베어링, 완구용 폭죽 등으로 사제총 17정을 제작했다.
성씨는 같은 해 10월 19일 서울 강북구의 한 부동산 앞에서 A씨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150여m를 따라가면서 자신이 제작한 사제총을 2차례 발사했지만 빗나가자 이씨를 넘어뜨리고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어 그는 오패산 터널 방향으로 도주해 터널 옆 화단 숲속에 몸을 숨기던 중 같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총기로 해쳤다. 이후 사제총기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민간인이 총기 제작이 논란으로 번진 사건도 여러 건이다.
대표적으로는 2005년 발생한 이른바 '사제 저격총 제작사건'이 꼽힌다. 당시 B씨는 평소 즐겨보던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눈 여겨봤던 저격용 총의 제원을 뽑아 설계도면을 직접 만들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공업사 기계를 이용해 총열과 기관부, 몸통, 소음기까지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B씨가 구속된 후 해당 총기를 직접 사용해본 경찰은 성능이 실제 총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엔 대만산 불법총기를 부품 형태로 수입해 조립,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혐의로 업자와 구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에게 총기를 구매한 이들 중엔 서바이벌 동호회에서 더 좋은 성능의 총을 보유하기 위해 불법 총기를 거래하거나 직접 가스총을 사제권총으로 불법 개조한 뒤 실탄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아울러 2015년에는 한 역사동호회에서 박물관의 '유물 복제제도'를 이용해 조총을 복제해 논란이 커진 적도 있다.
유물 복제제도는 연구나 교육 목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의 복제품을 만들 수있다.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조총을 복제, 실제 발사 실험까지 한 것이다.
살상이 가능한 총기가 제작됐지만 경찰 등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언제라도 사제 총기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유튜브에서 영어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총기 또는 총알을 제작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다. 5~10분 분량의 영상에선 총기 제작시 사용되는 장비와 재료의 모습이 담겨있다.
더구나 직접 만든 총기를 발사하며 위력을 검증도 한다. 영상의 상당수는 수년 전 올라와 지금도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있다.
경찰도 성병대 사건 이후 총기안전 담당 부서를 본청 '계' 단위에서 '과' 단위로 격상하고 단속 강도를 높여왔다.
불법 총기 제조·판매·소지 등 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도 2019년 기존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에서 '징역 3년 이상 15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로 강화됐다.
그렇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해외사이트를 통해 제작 기술이 유통되는 경우를 사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모니터링을 거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물 차단·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심의를 열고 판단하고 하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심의를 빠르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