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망사고까지"…화물연대 파업이 부른 人災

      2022.07.12 11:11   수정 : 2022.07.12 11:39기사원문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뉴스1DB) © News1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뉴스1DB)© News1


지난달 24일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하이트진로 청담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DB)© 뉴스1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우려하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이트진로 파업 과정에서 화물연대의 화물차 불법 도로 점거가 사망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중순 차량 진출입로를 막고 있어 접촉사고가 발생한 뒤 이천공장에서 발생한 두번째 사고이기도 하죠.

지난 9일 오전 3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공장 인근 42번 국도 인천 방면 도로에서 K5 승용차가 갓길에 주차된 14톤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K5가 화물차 아래로 밀려들어가 운전자 30대 A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사고 화물차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60대 조합원의 차량이었고 당시 차주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인근 도로는 화물연대 대전본부 하이트진로지부 화물차들이 불법 점거 중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가 지속 제기 돼 왔었습니다.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도로는 2차선 도로이긴 하지만 평소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은 아니라고 합니다.


운전 미숙, 과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화물차의 불법적인 도로 점거가 없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입니다. 인재(人災)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죠.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화물연대 화물차들은 여전히 도로 점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본부에서도 도로 점거를 철회할 의사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도로 점거 화물차사고의 원인 규명이 중요하고 법적인 절차도 선행해야 하지만 목숨을 잃은 분에 대한 도의적인 애도 및 입장 표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화물연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불매운동이 메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와 개인 차주의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화물연대본부 측의 도의적인 입장 발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본부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비공식적인 조의 및 애도가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고자 화물연대본부와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사망 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없이 하이트진로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은 이달 11일과 12일에도 하이트진로 청담사옥과 서초사옥을 오가며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수양물류 소속 차주들의 요구조건은 하이트진로가 아닌 수양물류와 협상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빠른 사태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중재에 나설 수 없죠.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계약과 협의 과정에 개입할 경우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등에 저촉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차주들은 하이트진로가 협상에 나설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쟁 방식도 되새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총파업 당시 하이트진로 집회에서는 한 노조원이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청주공장과 이천공장 접촉사고에 이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물론 하이트진로와 연계된 소상공인, 주류 도매사, 판매자 등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노조 활동은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정당한 활동입니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물론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조 활동과 상호간 존중과 신뢰 속 협상을 진행하는 성숙한 노사 문화가 적립되고 파업이 조기에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무엇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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