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저지른 탈북민, 한국서 처벌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귀순한 탈북민에 대한 처벌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3년 전 정부는 북한에서의 범죄 행위를 한국에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강제북송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당시 문재인정부의 강제북송 결정이 인도주의적 판단이 아닌 데다 귀순 의사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국민생명을 정치적 흥정에 나섰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강제북송 결정 과정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며 국내법(한국법)에 따라 수사와 기소, 공판이 진행됐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을 송환할 때는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 2019년 북송한 탈북어민 북송 사진을 국회에 제출한 뒤 통일부 출입기자단에도 배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에 묶인 탈북어민 2명이 판문점에 도착해 북측으로 송환될 때까지의 긴박한 상황이 담겼다.

사진에서 북송된 어민 1명은 군사분계선에 이르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허리를 숙이며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진에는 또 다른 어민과 정부 당국자들이 북송 과정에서 거칠게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들이 해당 어민을 북한군 경비병에게 인계하기 위해 애를 쓰고, 북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완강히 버티던 어민이 옆으로 넘어진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다.

북송 결정시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NLL(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도주하다 해군에 나포되는 등 귀순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통일부는 지난 11일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잘못된 것이라며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여러가지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입장이 3년 만에 180도 바뀌면서 탈북어민을 한국에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북한 주민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2014년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는 탈북하기 전 북한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협력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자 김모씨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 한 바 있으며,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해당 어민들을 '흉악범'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하지 않았음에도 그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절차적 하자로 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 주민은 곧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헌법 제3조를 어겼으며, 북송 행위도 국가안보실의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e-mail]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