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피하고 접안도 척척… 선장없이 인천 바다 누볐다

      2022.07.13 18:17   수정 : 2022.07.13 18:17기사원문
"태블릿에 목적지를 찍으면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고 이를 따라 자율 운항을 합니다. 마치 테슬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 앞바다를 달리는 자율운항 레저보트 '아비커스 2호' 위에서 이준식 아비커스 소형선 자율운항팀장은 이 같이 기술을 소개했다.



아비커스 2호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아비커스가 개발한 자율운행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적용한 자율운항선박이다.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날씨와 파도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에 조타 명령도 내리는 이른바 '자율운항 2단계' 선박이다. 선원이 배에 탑승은 하되 필요시에만 개입하고 외부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출발 전 이 팀장이 제어 태블릿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자 선박은 자동으로 항로를 설정하고 운항을 시작했다. 2.5km의 바닷길을 달리는 내내 조타기에 손을 대는 선장이나 선원은 없었지만 전방에서 다른 선박이나 부표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항로를 조정하며 운항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 '바다 위 테슬라'였다. 이 팀장은 "운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경우 언제든 태블릿을 통한 원격 조종도 가능했다. 이 팀장은 "운전자가 태블릿에서 조이스틱 조종하듯이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며 선박 속도를 5노트(9.26km/h)에서 7노트(13km/h)로 올렸다. 그러자 배는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물살을 빠르게 갈랐다.

20여분간 운항을 마치고 자동차의 주차와 같은 접안을 할 때도 배는 스스로 움직였다. 보트는 측·후면에 설치된 6대의 어라운드뷰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선박의 주위 상황을 파악해 알아서 뱃머리를 돌려 빈 공간에 선체를 정확히 밀어 넣었다. 자동차의 후방카메라 등을 활용해 후방주차를 할 때와 유사했다.

이 팀장은 "선박은 물 위를 가르기에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고 바람이나 조류에 의해 옆으로 밀린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소형 선박은 바람, 조류에 맞춰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데 오토 도킹(자동 주차)은 그만큼 고도화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시연회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는 210개나 수주에 성공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상용화된 경우는 찾을 수 없다"며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분야를 선도할 것을 자신했다.

내년부터는 레저보트 시장에 진출해 자율운항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전세계 레저보트는 1000만척이 넘는 등 시장 규모가 큰 데다 레저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여유 있고 신기술 수용도도 높다는 게 장점"이라며 "내년부터 레저보트 선주들에게 자율운항 시스템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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