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고기 반찬 빼야"…무료급식소, 물가·코로나 재확산 '이중고'
2022.07.14 06:01
수정 : 2022.07.14 09:11기사원문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어르신들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큰일이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무료급식소들이 최근 속속 운영을 재개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에 나날이 고충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름철 코로나19 재확산 초입에 들어섰다는 소식에 봉사 단체들은 또다시 운영 중단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
13일 오전 400인분 무료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봉사단의 열기가 부산 서구 부산연탄은행을 가득 메웠다. 이날은 특별히 트로트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회원 10여명이 일손을 도왔다.
200여개 가구에 전달할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여느 때보다 봉사 지원자들로 활기를 띠었지만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물가 상승에 마음이 가볍지 못했다.
12년간 무료 봉사를 해오던 강 대표는 매년 4만3000그릇의 무료 급식을 제공해 왔다.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급식소를 열지 못했지만 최근 재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 뚝 끊긴 후원금에 물가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무료급식소 운영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지 걱정뿐이다.
보통 부산연탄은행이 제공하는 1인당 식사에는 2500원의 재료비가 든다. 최근에는 재료비만 20~25% 정도 올랐고, 특히 고기류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메뉴에도 변동이 생겼다. 이날 점심 메뉴는 어묵 잡채, 배추겉절이, 취나물무침 등 주로 채소 위주로 짜였다. 잡채의 경우 원래 고기가 들어갔지만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어묵으로 대체했다.
강 대표는 "어르신들이 공짜로 밥을 제공해주니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긴 해도 예전만큼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당분간 소고기는 엄두도 못 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국 최초의 중식 봉사단인 중식봉사나눔회 부산 북구지부 협심회는 이번 물가 상승이 유독 달갑지 않다.
이 단체는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짜장면과 탕수육 무료 급식을 제공해왔는데, 최근 중식의 주재료인 양파, 식용유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난감한 모습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운영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 고심에 휩싸였다. 일주일 뒤 어르신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은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지만 다음달 급식 활동은 확산세 추이를 살펴보고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달에 몇 년만에 다시 급식을 제공했는데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하시더라"며 "물가는 오르지만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부산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전국 평균 기준으로 6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그중 축산물과 채소류는 각각 10.3%, 6%나 뛰었다.
부산에서는 최근 일주일(6~12일)간 하루 평균 1537.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는 이전주(6월29일~7월5일)의 706.7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