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까지 휩쓴 고물가 여파.."학식 너무 비싸요 vs "식재료 인상 불가피"
2022.07.15 05:00
수정 : 2022.07.15 04:59기사원문
[편집자 주] "음식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vs "식재료 등 안오른게 없어요."
최근 고물가 여파가 대학가까지 미치고 있다. 각종 식재료를 비롯한 밥상물가와 인건비 등이 동반 상승하고 학교식당 음식값까지 덩달아 뛰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 일반인, 직장인 할 것없이 점심 한 끼 먹는 데 부담이 크게 늘어난,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 대학가를 급습하고 있다.
학식 운영업체들은 식재료 상승 등으로 음식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반면 학생들은 메뉴나 음식 구성 등 질적인 면에서 별다른 변화를 못느끼는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간과한 채 가격만 올린다고 토로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가 고물가 여파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가를 찾아 학식업체와 학생들의 사정을 들여다 봤다.
■업체 "고물가·인건비 올라 가격 인상 불가피"
최근 고물가가 경제전반을 강타한 가운데 그동안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음식'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않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대학가 식당이 고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지역내 주요 대학 학식을 위탁운영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14일 기자에게 "메뉴와 가격이 정해진 기업 사내식당과 달리 학식은 메뉴가 1500원부터 7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며 "가격 인상이라기보다는 메뉴가 다양화됐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의 경우 학생 할인 제도를 통해 학생에 한해 저렴한 가격대 식사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한 때 큰 폭의 가격 인상 논란이 일었던 서울대 학식 관계자는 "학식 메뉴는 학생증을 보여줄 경우 1000원의 할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학식업체들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경제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고물가와 인건비 인상 여파로 음식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종 식재료 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없다는 게 학식업체의 공통된 토로다.
한 학식 위탁 운영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학과 논의해서 가격을 결정한다"며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지 않나. 식재료 가격도 매년 인상된다. (학식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 식당의 경우 이용을 꺼리는 바람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강북지역 한 대학교 학식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700~800개를 팔았는데 최근에는 하루 300개 수준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총비용 중 재료비 비중이 50% 정도로 과거에 비해 10%p 정도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면서 다중밀집시설인 대학가 식당 이용 횟수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중앙대처럼 직영을 통해 최대한 가격인상 요인을 억제하는 곳도 있었다.
중앙대 관계자는 "직영의 경우 식당으로 영업이익을 남기거나 구조는 아니다. 학생 복지 차원에서 하다 보니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한정 버틸 수는 없다. 학교가 물가 상승 압박을 그대로 받다 보니 재정에 영향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학생측, 주머니 사정 걱정에 학식 '공공성' 도입 주장
학생들은 당장 걱정이다. 원룸 등 월세 부담에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에서 학교 음식값마저 껑충 뛰는 바람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
최근 7000원 가격 인상으로 논란이 된 서울대 재학생 전모(21)씨는 "현재 학식은 메뉴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이 많이 부담된다"며 "1학년 땐 학생 식당을 많이 이용했는데 이제는 학교에 들어와 있는 사설 기업들과 가격이 비슷하다. 지난 2019년에도 일부 인상은 있었지만 이번만큼 많이 오른 적은 없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대 대학원 박모(26)씨도 "식비가 체감적으로 부담된다. 학식 가격이 1000원 올라 하루에 2000원씩(점심+저녁) 식비가 늘면 일주일이면 1만원, 한달이면 5만원 정도 추가 지출이 생긴다"며 "학부생이나 대학원생같이 등록금을 내고 월급 없는 사람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이나 더 싼 식당을 찾는 일도 부지기수다.
또 다른 재학생 이모(24)씨는 "과거에는 3000~4000원 메뉴들이 있었는데 올 들어 거의 없어진 것 같다"며 "학식은 저렴함이 장점인데 점차 가격이 올라 다른 식당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당수 대학교 식당들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가격을 조금씩 인상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3)씨는 "학식이 많이 비싸진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잘 안 왔지만 이미 지난 2019년에 4000~6000원 사이였다"며 "차라리 나가서 먹는 것이 낫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 받아서 생활하는데 밥값이 오르니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일부 학생은 대학가 학식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식의 공공성'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대학에 다니는 이모(25)씨는 "코로나19 이전엔 가성비가 좋아 자주 학식을 찾았는데 이젠 가격이 너무 올라서 화가 난다"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등 어려웠던 점은 이해하지만 학식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며 답답해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노유정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