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전조?… 원자재·농산물 ETF 쭉쭉 빠지네
2022.07.14 18:34
수정 : 2022.07.14 19:43기사원문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살아남았던 원자재와 농산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수요 감소 우려, 농산물 생산량 증가 소식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12일 기준) 새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투자 ETF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KODEX WTI원유선물(H)'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은 평균 -20.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상품은 연초 이후 5개월 동안 각 60% 넘는 수익률을 냈었다.
금·은·구리 ETF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ODEX 구리선물(H)' 'TIGER 구리실물'은 최근 한 달 간 각각 20%대, 'TIGER 금속선물(H)'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 'KODEX 은선물(H)'는 각각 18.37%, 14.95%, 13.41%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도 수요 감소 우려를 부각시키며 가격 하락에 불을 지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며 형성된 달러 강세도 한몫했다. 이는 같은 안전자산인 금에서 자금이 이탈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99.50달러를 기록했다. 5월 10일(99.76달러) 이후 약 2개월 만에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브렌트유 역시 4월 11일(98.48달러)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12일 99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 전반에 가격 조정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러 제재에도 예상보다 과도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았고, 경기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 경계감이 부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지난 3월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금 가격도 내리막을 걸으면서 이달 13일 1735.50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로서 '닥터 쿠퍼'로 불리는 구리(현물) 가격도 t당 7200달러대까지 깎였다. 구리가 투입되는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업황 부진이 예상되면서다.
인플레 헤지(위험 회피) 기능을 갖춘 농산물 가격도 여지없이 떨어졌다. 미국·캐나다·러시아 생산량 개선 전망, 글로벌 수입 수요 둔화 등으로 대두, 옥수수, 소맥(밀)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KODEX 3대농산물선물(H)'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KODEX 콩선물' 등도 17% 넘는 평균 손실을 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75bp(1bp=0.01%) 인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와 강달러가 지속되며 원자재·금 ETF에서 자금 유출세가 확인되고 있다"며 "공급 부족 우려에 강세를 보였던 농산물 ETF에서도 미국·호주 농산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늘어난단 전망 영향으로 자금이 빠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다우존스 추정치 8.8%) 상승했다고 발표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에 힘을 실었다. 이후 실질적 경기둔화 신호가 감지되면 원자재 가격 하락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