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홀린 테니스…용품 대란·코트 예약 '광클'
2022.07.15 08:30
수정 : 2022.07.15 08:30기사원문
실내 테니스장 주말·평일 오후 레슨 꽉꽉 들어차
NH농협은행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 신설한 루키부 신청자 대거 몰려
주말 서울 야외 코트 잡기 '하늘의 별따기'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주말에 서울에 있는 야외 테니스 코트를 예약하려면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 못지 않은 '광클(미친듯이 클릭한다는 의미)'을 해야한다. 주말 또는 평일 주말 실내 테니스장 레슨을 받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일어난 현상들이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3월 테니스 용품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210% 증가했다. 특히 테니스 라켓 매출은 229%나 뛰었다. 같은 기간 티몬도 라켓(23%), 테니스복(18%) 등 관련 용품 매출이 40% 이상 상승했다.
옥션이 거리두기 해제 후 약 두 달(4월18일~6월20일)간 2030세대의 스포츠레저 소비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테니스 용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210% 증가했다. 테니스 라켓의 판매는 무려 8배 가까이(693%) 늘었으며 테니스복(207%), 테니스화(182%), 테니스공(25%), 테니스가방(24%)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한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에는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5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테니스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스포츠마케팅 회사 라이언컴퍼니의 최형진 대표이사는 "업계 전반적으로 '물이 들어왔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테니스 용품 전문 업체인 윌슨의 김인호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테니스 인구가 늘어 한국에 수입되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 매출이 엄청나게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코로나19 직전 해인 2019년 매출이 가장 컸는데 이후 2년간 매출이 주춤했다가 현재 2019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아마 공급할 물량이 있었으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테니스협회 후원사이자 테니스 용품 전문 업체인 헤드의 이건원 차장은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30% 이상 늘은 것 같다. 연말까지 40~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수입 물량이 늘었는데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라켓, 공 뿐 아니라 신발, 의류 등 기타 악세서리까지 공급이 딸린다"고 했다.
테니스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관련 용품 매출 상승 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야외 코트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테니스를 친 지 2년 됐다는 만 34세 회사원 윤운산씨는 "서울에 있는 야외 코트 예약을 여러번 시도했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서울 밖으로 나가면 그나마 경쟁이 덜 치열해서 아예 구리, 경기도 쪽으로 간다"고 했다.
총 7면의 코트를 갖춘 보라매공원 테니스장은 예약 일자로부터 한 달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7월 5일 코트 예약은 한 달 전인 6월 5일 오픈한다. 주말 예약은 눈 깜작할 새에 끝난다.
보라매공원 테니스장 예약 담당자는 "주말 예약은 10초면 끝난다. 평일 저녁도 비슷하다. 평일 낮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총 11면의 코트가 있는 양재시민의숲 테니스장은 매달 1일 오전 9시부터 다음달 한 달 치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데 역시 시작하자마자 예약이 꽉 찬다. 예약 담당자는 "주말 예약은 1분 내로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려 19개의 코트를 갖춘 올림픽공원도 주말에는 비어있는 코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실내외 코트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의 김춘식 과장은 "월 4000명 정도가 이용하고, 강습 회원은 740~750명 정도다. 주말에는 15개 코트가 새벽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예약이 빼곡히 들어찬다"며 "일주일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는데 주말 예약은 10~15분이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보라색 야외 코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기도 하남의 TS 스포츠 테니스 클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남 TS 스포츠 테니스 클럽의 홍음파 헤드코치는 "매달 20일 다음달 한 달 치 예약을 받는데 주말은 오픈되자마자 꽉 들어찬다. 혹시나 비는 자리가 생기면 바로 예약한다"고 했다.
실내 테니스장의 주말 또는 평일 저녁 레슨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실내 테니스장이 급격히 늘고 레슨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 코치를 구하기가 더 힘들다.
4개 지점을 갖고 있는 테니스판타지의 이건우 대표는 "각 지점마다 오픈할 때부터 수강생이 꽉 차고, 대기가 생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며 "평일 저녁과 주말의 경우에는 비는 시간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인원만 40~50명 정도"라고 했다.
장충호 제이테니스 아카데미 대표는 "주말이나 평일 저녁은 빈 자리가 없어서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빠지는 사람도 없어 대기 인원을 받아도 마냥 기다려야 해 아예 대기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대회 열기도 대단하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 코트와 인천시 송도 국제테니스장에서 분산 개최된 NH농협은행 올원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에는 11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렸다.
올해 신설된 2030 여자루키부는 한층 열기가 뜨거웠다.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구력 3년 이하인 20, 30대 여성을 참가 대상으로 2030 여자루키부를 신설했다. 44개 팀 접수를 받았는데 하루만에 끝났다"며 "예전에는 대회를 열면 기존에 나왔던 분들이 계속 출전했는데, 올해는 새로운 얼굴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분위기가 한층 발랄했다"고 전했다.
테니스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대부분 20~30대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다.
김인호 팀장은 "30대가 가장 강한 소비층이다. 전체 매출이 10% 늘었다고 하면 30대 대상 매출은 30% 정도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이건우 대표는 "레슨 문의를 하는 사람도, 등록하는 사람도 20대 후반에서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20~30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테니스 용품 관련 소비 패턴과 문화도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건원 차장은 "용품이나 의류를 신중하게 살펴보고, 꼼꼼하게 비교한 뒤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기존에 테니스를 즐기던 중장년층의 소비 패턴이었다. 하지만 개성이 강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MZ세대는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어한다. 마음에 드는 라켓, 의류 등을 갖고 싶으면 산다"고 했다.
또 "예전 테니스 동호인 대회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였다. 이기는 것을 중요시했다"며 "하지만 최근 MZ세대들은 다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있게 테니스 치는 것'을 우선시한다. 최근에는 클럽끼리 게임을 할 때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는 등 전반적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체들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단지 용품을 할인하는 이벤트 뿐 아니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김인호 팀장은 "MZ세대들이 테니스를 하면서 얻고 싶어하는 것이 많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젊은 층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원 차장도 "'테린이'를 위한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클럽 DJ를 부르고, 음식을 제공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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