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봄가뭄에 금값된 시금치·상추…서민들 “농산물 너마저”

      2022.07.16 06:01   수정 : 2022.07.16 06:01기사원문
올해 봄 가뭄이 길게 이어진 데다 때 이른 무더위와 장마 등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채소·양념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 News1


올 상반기 러-우전쟁 발발 및 장기화,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수입 곡류·유지류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문제는 식품업계 대부분이 원료를 비축해두고 쓰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은 아직 소비자가격에 반영이 안 됐다는 데 있다.

라면, 과자, 햄버거 등의 소비자 가격은 또다시 인상될 전망이다.© News1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역대급 소비자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물가가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 봄 가뭄이 길게 이어진 데다 때 이른 무더위와 장마 등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채소·양념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게다가 곡물·유지류를 비롯한 주요 수입 식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운송비까지 증가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라면, 과자, 햄버거 등의 가격이 또다시 인상될 전망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는 등 대외적 여건이 호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지역에서 유통되는 배추(1포기·이하 전품목 상품 기준)의 가격은 4490원이다. 평년(2598원)과 비교해 무려 1892원(72.82%)이나 뛴 수준이다.

또, 시금치(1kg)는 1만4200원으로 평년(5883원)대비 무려 8317원(141.37%)이나 1줄에 2800원이나 하는 김밥값을 여실히 증명했으며, 적상추(100g)도 1870원으로 평년(855원)대비 1015원(118.71%)이나 급등하면서 ‘금상추’ 대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샐러드바 또는 고기집에서 ‘상추 더 주세요’는 금기어(?)가 돼버렸다.

제철을 맞은 Δ열무(1kg) 3660원[평년(2143원)대비 1517원(70.78%)↑] Δ수박(1개) 2만6200원[평년(1만9408원)대비 6792원(34.99%)↑] 등도 크게 올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를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Δ풋고추(100g) 2160원[평년(1226원)대비 93원(76.18%)↑] Δ깐마늘(국산·1kg) 9710원[평년(7110원)대비 2600원(36.56%)↑] Δ양파(국산·1kg) 2330원[평년(1753원)대비 577원(32.91%)↑] Δ쪽파(1kg) 9750원[평년(4934원)대비 4816원(97.6%)↑] 등 양념과 채솟값이 폭등하면서 각 가정은 물론 음식점 운영 업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파,고추 등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량이 봄 가뭄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20% 줄어든 데다 올해 역시 초가을까지 한반도를 지나가는 태풍이 2~3개 있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농산물 수급부족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용유, 밀가루 등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28개 품목의 6월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Δ어묵 25.5% Δ식용유 6.8% Δ밀가루 6.5% Δ고추장 5.6% Δ참치캔 4.1% Δ커피믹스 2.6% Δ컵라면 1.2% 등으로 올랐다.

반면 Δ된장(-4.9%) Δ치즈(-2.7%) Δ즉석밥(-2.5%) Δ콜라(–2.2%) Δ간장(-1.7%) 등 일부 품목은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올 상반기 Δ러-우전쟁 발발 및 장기화 Δ세계 각국의 식량안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수입 곡류·유지류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문제는 식품업계 대부분이 원료를 비축해두고 쓰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은 아직 소비자가격에 반영이 안 됐다는 데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일 기준 1327원대로 폭등하면서 기업들의 원재료 수입 부담은 더 커지게 되면서 햄버거, 라면, 과자 등 식품업계의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햄버거 프랜차이즈 KFC는 연초 일부 제품 가격을 100∼200원 올린 데 이어 이달 들어 200∼400원 추가 인상했으며, 롯데리아도 지난달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불과 7개월만에 평균 5.5% 올렸다

여기에 오리온·롯데제과 등 제과업계와 농심·오뚜기 등 라면업계도 조심스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수입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격 인상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 거주 시민 A씨(47·여)는 “폭등한 물가에 마트 장보기도 엄두가 안 나고 4인가족 외식 한번 하려면 15만원은 족히 든다. 참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라며 “이러다 정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생겼다. 물가 좀 잡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물가상승 압박이 우리의 문제보다는 국제정세 등 외부 요인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게 잡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물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견디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충청지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대전지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8.18로 전년동월 대비 5.9% 상승했다.


지난 2008년 8월 5.7%를 기록한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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