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먹구름 몰려온다…韓경제 버팀목 수출 '빨간불'
2022.07.17 11:01
수정 : 2022.07.17 11:01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 산업경기 전반에 암운이 드리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심화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에 무역수지는 지난 6월까지 석 달째 적자를 본데 이어 상반기 국내 외국인투자도 주춤했다.
더 큰 문제는 수입액 급증을 상쇄해 온 수출 증가세마저 한 풀 꺾였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속 주요 수출국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은 위기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금도 경기 '침체 직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도 고작 0.4%에 그쳤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 최악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韓, 무역수지 석 달째 적자…6월 수출 증가세 15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전환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에 우리나라는 지난달 역대 최고 수출액 달성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에서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는 최근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종전 상반기 역대 최대 적자는 IMF사태 직전인 1997년 상반기의 91억6000만달러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350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올 들어 6월까지 매월 수출액이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하면서 올 상반기 수출도 역대 최초로 35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 수출 실적에도 국제 에너지·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를 냈다.
수입액 증가에 따른 영향인데 올 상반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2%가 증가한 3606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최고 실적을 내면서 수입액 증가에 따른 적자 폭을 다소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 주요 수출국들의 경제 사정도 악화하면서 수출 증가세 역시 둔화하고 있다.
실제 올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한 577억달러를 기록했다. 20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올 5월까지 이어진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는 멈췄다.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에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2022년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FDI(2022년 6월30일까지 잠정실적 기준)는 신고기준 110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31억4000만달러) 대비 15.6% 감소했다. 도착기준도 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88억4000만달러) 대비 21.7% 줄었다.
국가별로 EU와 중화권에서의 FDI가 전년동기대비 각각 –73.2%, -13.1%로 가장 많이 빠졌다.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7%, 22.1%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급증으로 연달아 적자가 발생한 가운데,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 우리 무역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침체 늪' 직면한 미국·유럽
미국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의 게오르그 사라벨로스 유럽외환전략 본부장의 말을 인용, 애널리스트들이 유럽과 미국이 동시 다발적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오르그 사라벨로스 본부진은 "대서양 사이의 두 대륙에서 침체가 임박했다(imminent recession)"고 예상했다. 미국의 대형은행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이 "침체 직전(on the edge of recession)"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당장 이달 금리를 1%p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강력한 긴축에 미국은 이미 침체에 빠졌거나 혹은 조만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서비스 지출이 줄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후퇴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올해 완만한 리세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경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미국보다 침체가 더 임박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전망은 유로존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으로 기울어져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가 발생할 정도다. 연료 가격과 공급망 혼란이 수입물가를 크게 끌어 올린 탓이다.
삭소방크의 전략가들은 최근 투자 노트에서 "독일 수출이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측면이 있다"며 "유로존 경제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무역 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중국도 2분기 성장률 0.4%…산업硏, 중국 진출 국내기업 경기전망 '부정적'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4% 증가해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전분기(4.8%)와 로이터 예상(1.0%)도 크게 밑돌았다.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 5.5% 달성도 사실상 어려워졌고, 가뜩이나 리세션 공포에 휩싸인 세계경제에 또 다른 충격이 더해졌다.
당장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비관적이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중국 현지에 진출한 211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경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국내 기업들의 3분기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시황과 매출이 각각 100, 113으로, 전분기대비 3p, 6p 감소했다.
현지 기업들은 경영 애로사항으로 '원자재 조달'·'가격 상승'과 '현지수요 부진'을 꼽았다. 업종별로 제조업에서는 '현지수요 부진'과 '원자재 조달난'·'가격 상승'의 어려움을, 유통업에서는 '현지수요 부진'이 가장 큰 애로라고 응답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경쟁 심화'를 중소기업은 '현지수요 부진'을 가장 큰 애로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