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 오늘 이륙...항공산업 새 역사 쓴다
2022.07.19 06:00
수정 : 2022.07.19 09:43기사원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KF-21 시제1호기는 역사적 첫 이륙을 위한 지상활주 점검 등 모든 준비를 끝내고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위치한 경남 사천기지에서 18일 스탠바이 상태에 들어갔다.
이날 사천기지 상공에서 30∼40분간 역사적 비행을 하는 KF-21 시제1호기 수직 꼬리날개엔 1호기를 뜻하는 숫자 ‘001’과 함께 태극기와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국기가 나란히 도색돼 있다.
군 소식통은 18일 “KF-21 시제1호기 최초 비행이 19일 오전으로 예정됐다”며 “기상 상태에 따라 비행시간 등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F-21 시제1호기는 초도 비행에서 유럽산 미티어(METEOR) 공대공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항공기 안전성 등을 점검하면서 시속 약 400㎞(200노트) 정도로 저공 비행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4년간 약 2000 소티(Sortie, 항공기 단독 출격 횟수)의 비행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4명인 시제기 조종사도 15명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군 소식통은 이어 “첫 비행 때 랜딩기어를 올리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KF-21은 앞으로 비행시험을 진행하면서 단계별로 고도, 속도, 기동 능력 등을 꾸준히 기동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등 각종무기와 장비를 탑재하고 무기체계 가동에 이상이 없는지 고속 기동과 급선회 기동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지 등을 점검하게 된다.
기상청은 19일 사천기지 상공 날씨는 양호할 것으로 예보했으며, 이번 비행에 성공하면 본계약 체결 6년7개월 만이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선언 이후 21년4개월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로 우주항공분야 경쟁국 대열로 올라서게 된다.
2016년 KF-X 사업을 통해 KF-21은 KAI가 개발을 착수할 때만 해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우주항공기술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연구·개발에 8조8000억원이 들어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방위력 증강 사업’으로 KF-21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식 명칭 'KF-21 보라매(Boramae)'의 번호 21은 시제 1호기가 출고된 2021년과 "21세기에는 우리의 하늘을 우리의 손으로 지킨다"는 것을 뜻하며 보라매는 본 사업의 정식 명칭인 '보라매 사업'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KF-21 개발은 오는 2026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공군은 2032년까지 총 120대의 KF-21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일 경북 사천 KAI 본사에선 KF-21 '보라매'의 시제기 1호기, 지상을 활주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지상 활주는 공군 조종사 안준현 소령이 탑승해 지그재그 움직임과 제자리 회전 등 자유로운 지상 움직임을 시행했다. F414 엔진 두 대를 장착한 KF-21은 굉음과 함께 아지랑이가 일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위용을 과시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F414는 정지 추력 2만2000 파운드의 후기연소기(afterburner)가 있는 터보팬 엔진으로 최대이륙중량 23톤인 F/A-18은 추력 1만8000 파운드의 F404 엔진 2개를 탑재하는 반면, 최대이륙중량 30톤인 미 해군의 주력기 슈퍼호넷(F/A-18E/F)은 추력 2만2000 파운드의 F414-GE-400엔진 2개를 탑재한다. F414-GE-400 엔진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1500여대가 생산 판매된 신뢰성 높은 엔진이다.
시제기는 총 8대가 제작됐으며 이 중 6대는 시험비행을 위한 시제기, 2대는 지상에서 각종 시험에 활용될 구조시제기로 제작됐다. 시제기 1·2호기는 기체에 보라매를, 3·4호기는 상승 공군을 표현했으며, 5·6호기는 위장도색을 도장하고 있다.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인 KF-21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기업들이 개발에 나서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 엔진은 물론이고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등에 국내 기술진의 혼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KF-21이 탑재할 주요 장비로는 △공대공·지·해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AESA 레이다 △공대공 표적에서 방사되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하는 IRST △주야간 공중·지상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EO TGP 등이 있다. 또한, KF-21에는 독일산 공대공 미사일 AIM-2000 등 주로 유럽·유럽산 무기체계가 탑재된다.
KF-21 사업은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동시에 KF-21을 기반 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KAI 주도하에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해 약 225개의 국내 업체들과 10여개의 정부출연연구소, 15개 대학교들,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GE, 영국의 Martin-Baker(전투기 사출좌석) 등 외국의 연구소나 업체 등도 참여해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KF-21은 15년이라는 장기 개발기간을 고려해 △2015~2026년까지는 기본 비행 성능과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추는 체계개발 △2026~2028년까지 공대지 전투능력을 갖추는 추가 무장 등의 단계적인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체계개발은 62%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KF-21 전투기는 4.5 세대로 분류되는 만큼 5세대 전투기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해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개발이 완료된 KF-21은 향후 '블록 3'로 진화적 개발 단계를 거치면서 완전 매립형 내부 무장창을 갖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전투기로 개량해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