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가 위험하다 2편 : 중국의 서해 내해화를 직시하라

      2022.07.19 16:33   수정 : 2022.07.19 17: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중·러 등 현상변경 시도, 미·중 치킨게임 가속화와 북한의 협상력 강화·핵강국 지위 기정사실화를 위해 위중해지는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 속에서 서해를 정치적·군사적으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1편 : 북한의 서해 도발 시나리오에 주목하라'에 이어 '2편'으로 중국에 의한 위협을 진단해 본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중국의 서해 내해화는 그 말 자체부터가 모호하다.

중국이 서해를 자신의 관할해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해양통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어렵다"며 "이러한 용어의 모호성 자체만으로 중국의 회색지대전략의 속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서해 내해화라는 용어는 중국이 자신의 잣대로 국제정치를 해석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소위 자신이 목표를 둔 해역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남중국해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실상 내해화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중국의 이러한 내해화 시도는 '회색지대전략의 공식'과도 같은 △기정사실화, △모호주의, △점진주의 등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은 1953년 구단선을 지정한 후 70여년간 회색지대전략을 적용하는 가운데 법률전, 심리전, 여론전을 시행하고 해상민병 등 회색지대 자산을 동원하면서 약 70년이 지난 오늘날 남중국해 내해화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이미 서해 내해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나선 상태로 당장은 남중국해 내해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남중국해 내해화를 완성하면 다음으로 서해 내해화를 실행목표로 선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서해를 제1도련선에 포함함으로써 법률전의 대상으로 삼았다.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대북 억제력을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을 서해에 진입시키는 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2014년에는 중국이 백령도 인근 해상에 해상관측부이를 설치한 것이 발견되었고, 중국은 항공모함의 전력화 과정에서 서해 구역을 포함해 항모강습 훈련을 주기적으로 벌이며 무력시위를 통한 현재 진행형 기정사실화 전략를 구사하고 있다.

반 센터장은 또 "2020년에는 중국의 군함이 백령도 서방 40km까지 진입하기도 했고, 군함을 동경 124도선을 수시로 보내며 서해 내해화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다"며 "2022년에는 중국의 석유 시추설비가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 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14일 "서해를 순시하던 어업지도선 무궁화호가 제2광구 서쪽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이 설치한 이동식 석유 시추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지난 4월 8일 국내 방송사가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은 또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가 군산 먼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를 시도했다가 중국의 반발로 중단했고, 2008년에는 중국이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했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며 “그 후로 잠잠했던 중국이 14년 만에 잠정조치수역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곳은 전북 군산시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제2광구 서쪽 해역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는 중국이 잠정조치수역에 몰래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판단해 담당 부서를 해양수산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로 격상하고, 지난 5일 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배포한 지난 4월 7일 자 NSC 회의 관련 자료에도 이런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고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상황을 현재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한 양측은 현재 해양 경계 협상을 추진 중이며, 해양 사무 관련 대화와 협력 기제를 수립해 그 틀 아래 해양 문제와 관련해 양호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이 서해 내해화 의도를 표면화한 2010년 이후 12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서해 내해화의 여건조성을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 평가된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를 짜임새 있게 대비하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회색지대전략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의 강압을 통해서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되기에 변변한 대응없이 유야무야 지나치게 될 함정이 도사린다는 분석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이는 ‘시간이 회색지대전략을 구사하는 자의 편'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이를 주지해 중국이 서해를 대상으로 강압하는 ‘회색지대’ 역학을 ‘흑백지대’ 역학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구상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에서 시간은 중국과 북한과 같은 반자유주의 독재국가들에 의한 회색지대강압을 시도하는 편이라는 점을 명심해 시간싸움에서 지지않도록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서 정교한 대응체제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한편, 중국 해군은 전력 건설과 활동 영역 면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성장한 상태다. 현재 중국군의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략 공격잠수함은 65척(핵추진 8척), 탄도미사일 잠수함은 5척(핵추진 4척) 등 총합 70척으로 한국군보다 5배 정도 양적으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1만톤 이상 이지스함급 4척을 운영 중이며 055형 4척을 추가 건조 중이다. 그 외 7000~8000t급의 준이지스함 루저우급(051C형) 2척, 란저우급(052C형) 6척, 쿤밍급 22척 등 30여척을 운영 중이며 수척을 추가 건조 중이다.
중국 해군은 또한 항공모함, 신형 대형 구축함, 대형 상륙함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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