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친구만남도 포기, 배달앱도 지웠네요"…高물가 직장인 '생존기'

      2022.07.19 13:18   수정 : 2022.07.19 15:45기사원문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도시락을 구매해 이동하고 있다. 2022.7.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2022.7.1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 먹자골목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5.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권진영 기자 = # 직장인 황모씨(37)는 이달 1일 휴대전화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한 달 동안 배달 앱을 통해 나가는 식비만 20만원이 훌쩍 넘자 지출을 완전히 줄이기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다.


황씨는 "식비로 책정한 금액은 매달 같은데 최근에는 0원에 이르는 시기가 더 빨라졌다"며 "이제 커피는 아침에 텀블러에 담아서 출근하고 차량은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고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직장인들이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 식비와 교통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가 하면 대인관계나 문화생활까지 절제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늘고 있다.

◇ "YOLO는 옛말"…약속도 취미도 '일시 중단'

서울 서초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신은규씨(27·여)는 평소 좋아하던 미술관이나 공연 관람을 줄였다고 19일 말했다.

신씨는 "(티켓이) 1만원 정도면 '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할인받는다고 해도 기본 1만5000원 정도"라며 "돈은 항상 한정적인데 가고 싶은 공연을 모두 갈 수는 없어 횟수를 줄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문화생활 포기와 더불어 아예 친구와 만남 자체를 단절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기름값이 물가 부담을 가중하자 뚜벅이를 자처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정보통신(IT)업계 대리급인 양모씨(33)는 "주말 약속을 없앴더니 지출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친구들에게 욜로(YOLO·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신조어)는 이제 유행 끝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길혜리씨(여·28)는 "새벽 근무에 보통 택시를 타고 출근했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고 간다"며 "돈을 어디에서든 줄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 "하루 지출 0원 도전"…'짠테크' 세대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직접 요리를 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우재씨(27)는 "점심은 한 끼만 사 먹어도 1만원이 넘는다며 굳이 외식하지 않고 한 끼에 5000원인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물가' 키워드를 검색하면 서툰 솜씨로 만든 요리를 소개하거나 저렴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직장가는 도시락과 같은 가정간편식(HMR) 매출이 급증하고 주택가에선 소량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는 한 끼 채소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하루에 한 푼도 쓰지 않은 가계부를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와 도보 수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 앱을 활용해 지출을 아끼는 '앱테크' 노하우도 줄을 잇고 있다.


직장인 윤모씨(32·여)는 "요즘은 취미도 취향도 포기하게 되는 때가 많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도록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