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
2022.07.19 18:19
수정 : 2022.07.19 18:19기사원문
이와 함께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 속 세대경쟁 양상도 감지된다. 86그룹에 속하는 김민석 후보는 이런 흐름을 거슬러 이번에 도전장을 냈다. 이재명 후보도 임종석·이인영·우상호 등과 같은 전형적인 운동권 출신은 아니지만 생물학적으론 86그룹이다. 이들보다 윗세대인 설훈, 청년 정치인인 이동학 후보를 제외한 박용진·강훈식·강병원·박주민 후보는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정치판의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외 정치사를 돌아보면 세대교체론이 늘 먹혀든 건 아니었다. 1969년 김영삼·김대중·이철승이 내건 '40대 기수론'은 '구상유취'(입에서 젖비린내 난다)라는 윗세대의 견제를 돌파했다.
반면 1984년 미국 대선은 달랐다. 월터 먼데일 후보는 젊음을 무기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나이가 17세나 젊었지만 레이건의 낙관적인 미국관을 넘어설 산뜻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였다. 심지어 토론장에서도 먼데일은 레이건의 노쇠를 문제 삼다 "나는 상대 후보가 너무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절대 정치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레이건의 재치 있는 역공에 무너졌다.
결국 97그룹의 성공 여부도 여하히 미래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을 법하다. 이참에 86그룹의 이념편향 정치에 묻어가려던 구태를 확실히 탈피하란 뜻이다. 그러지 않으면 되레 밀레니얼세대 등 차세대 그룹이 이끌 물살에 떠내려갈지도 모를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