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전력피크..이대로 가면 블랙아웃 위기

      2022.07.24 14:57   수정 : 2022.07.24 1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 달 넘게 이어지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푹푹찌는 폭염과 열대야에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당국은 전력 예비율이 최저 5.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일각에서는 이달말과 다음달 초에는 ‘순환정전’ 카드를 꺼내들어야 ‘블랙아웃(대정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도 변수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높아 냉방기기 사용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처럼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투입할지도 주목된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일준 2차관은 이날 전력거래소를 방문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장마가 끝난 뒤 '전력피크' 시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 차관은 이날 “7월 4주부터 8월 3주의 약 4주간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전력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더욱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수급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주 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와 협력해 실시간 전력수급 상황을 보다 간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8월에 피크 온다..전력당국 바짝 긴장

기상청은 27일께 장마가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부터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아 체감기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폭염 특보가 발효·유지될 수 있다.

전력 당국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지난 7일 덥고 습한 날씨로 최대 전력 수요가 93GW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당시 전력 예비율은 7.2%까지 떨어졌다. 예비율은 당일 전력 공급능력에서 최대전력을 뺀 공급예비력을 다시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수급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통상 발전기 고장 등 비상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력 10GW, 예비율 10%를 넘어야 안정적인 것으로 본다.

당초 산업부는 올여름 '전력피크' 시기를 8월 둘째 주, 이때 최대 전력 수요는 91.7GW~95.7GW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수요가 몰렸다.

◼︎원전...구원투수로 조기 등판 하나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여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지난해처럼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투입할지 주목된다. 현재 계획예방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원전은 신월성 2호기, 한빛 원전 3호기, 월성 원전 2호기, 한빛 원전 4호기 등 4기다.

이 중 신월성 2호기의 설비 용량은 1GW로, 오는 31일까지 계획예방정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 재가동이 앞당겨지면 하계 전력 수급 기간과 맞물려 전력 공급이 확대된다. 한빛 원전 3호기의 설비 용량은 1GW, 월성 2호기의 설비 용량은 0.7GW로 다음 달 초중순 정비를 마칠 전망이다. 산업부가 예상한 '전력피크' 시기와 겹치는 만큼 조기 투입 시 수급 안정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3기 원전이 모두 100% 출력으로 가동되면 총 2.7GW의 추가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총력 태세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부터 9월 8일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거래소·한전·발전사 등 전력 유관기관과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수급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예비력이 전망치를 밑돌면 현재 시험 가동 중인 1.4GW짜리 신한울 1호기까지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잘나가던 '원전 강국'..어쩌다 전기 걱정까지

올 여름 전력 수급상황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묻지마' 식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밀어부쳤던 문재인 정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루아침에 원전 포기를 선언하면서 전력 생산능력을 스스로 바닦까지 끌어 내렸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신한울 1·2호기를 비롯한 상당수 원전이 이미 준공이 끝났을 시기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 주장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흐름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다시 원전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2021년 1월 ‘원자력전략비전’을 발표해 원전 산업 생태계 재건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영국도 2020년 10월, 2025년까지 많게는 원전 10기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프랑스의 전체 발전량 대비 원자력발전 의존도는 약 70%. 2011년(약 70%)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퇴보하는 원전 산업..최고 수준 인력들은 해외로

한국이 탈원전의 길을 걷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줄곧 원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 분야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2020년 원전 수출 세계 1위를 달성했으며,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원자력협회 집계 기준으로 보유한 원자로의 개수가 총 49개다. 이는 미국(94개), 프랑스(56기)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원전관련 인프라는 꾸준히 퇴보했다.
원전 개발 선두를 달렸던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 이후 매출이 2017년 1조2000억 원에서 2018년 85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세계 최고수준이라 평가 받언 원전 관련 전문인력들은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2019년 10월 산자부의 집계 발표에 따르면 2017~2019년까지 원자력 관련 공기업에서 퇴사한 인원은 총 265명. 이 중 60명이 UAE 등 해외에서 근무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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