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벌써 3명 '죽음의 도로'로 변한 울산 태화강 자전거길

      2022.07.24 10:07   수정 : 2022.07.24 10: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선에도 선정됐던 울산 태화강 자전거길이 ‘죽음의 자전거길’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잇따른 사망사고 때문이다. 자전거길 이용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만연한데다 사고예방을 위해 설치된 안전시설이 오히려 사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자전거 사망자 사고 원인 명확하지 않아
24일 울산경찰청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6개월간 발생한 지역 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년 전과 비교해 33%가량 줄어든 14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드물게도 이 중 5명이 자전거 사고 사망자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자 5명 중 3명은 차도와 비교해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울산 태화강 자전거 도로에서 숨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자전거도로는 ‘태화강 100리 자전거길’로, 태화강 하구인 명촌교에서 상류인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까지 41.33㎞ 길이로 조성돼 있다. 주변 풍광이 빼어나 지난 201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관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도 선정된 곳이다.

사망자 3명은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숨졌는데, 사고 경위에 대해서 명확한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사망자 모두 헬멧(안전모)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전해지지만 운전미숙이나 부주의로 넘어져 숨졌을 것이라는 추정 말고 다른 정황도 생각해 볼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 자전거길은 CCTV가 없는 데다 폭이 좁고 산책로와 붙어 있거나 겹쳐 있는 구간이 많다. 다른 자전거 또는 퀵보드, 보행자에 의한 사고유발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헬멧도 안쓰고 전조등 없이 과속..무질서 난무
평소 태화강 자전거도로는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리 없을 정도로 무질서하고 위험요인도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야외활동이 왕성한 봄~여름~가을의 경우 야간에 전조등과 후미등도 없이 시속 40km를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하는 이른바 ‘스텔스 자전거’도 쉽게 볼 수 있다. 헬멧 미착용도 많다.

시민들이 위험을 호소하고 있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경찰의 단속이나, 관리 기관의 캠페인 등도 자전거길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무질서와 교통수칙 위반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화강 자전거길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모씨(43)는 “몇 년 전 삼호다리 아래에서 야간에 전조등 없이 내달리던 자전거끼리 충돌해 이중 10대 청소년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야간에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고 다녀야 하는 것은 법으로도 규정돼 있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계도하는 일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음주운전이 만연하다며 자전거길을 대상으로 경찰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뿐만은 아니다. 보행자와 반려견들의 무분별한 자전거길 침범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족한 가로등과 교통안전 표지판도 개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 오히려 사고 부추기는 안전시설물
지역 자전거 동호인들은 또 울산시가 자전거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태화강 자전거도로에 안전 시설물을 설치했지만 주먹구구식인데다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울주군 범서읍 굴화주공아파트 아래 태화강 자전거도로 교차로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해 피해자가 전치 5주의 상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는 울산시가 교차로 주변에 조성한 대나무숲으로 인해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여건에서 발생했다. 결국 울산시는 대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내리막 상태로 교차로로 접근하는 자전거도로에는 과속방지턱 2개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과속방지턱이 교차로 직전에 설치돼 있어 또 다시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도로 사이클 동호회 회원인 박모씨(50)는 “교차로 코앞에 약 3미터 간격으로 2개의 과속방지턱이 잇따라 설치돼있다 보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전방을 주시하기보다는 과속방지턱을 넘기 위해 도로 바닥에 시선을 빼앗기는 상황”이라며 “울산시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자전거들이 과속방지턱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사례는 또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초 구 삼호교 부근 평평한 나무다리 구간에도 과속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교행 구간에 수백 개의 소형 과속방지턱을 촘촘하게 설치했다.
하지만 자전거들은 오히려 방지턱을 과속방지턱이 없는 한 가운데로만 주행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동호인 정모씨(39)는 “나무다리의 폭이 좁아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저속 주행하라는 의도로 과속방지턱을 설치한 것으로 아는데 현실은 방지턱이 없는 중앙선 위로 자전거들이 고속 주행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이곳에서 1km 떨어진 곳에 경사와 곡선 주로가 심한 나무다리가 있지만 중앙 분리선도 안 보이고 과속방지턱도 없다”며 “울산시의 과속방지턱 설치 기준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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