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맞선 중-러 여객기 합작, 내부 갈등으로 좌초 위기
2022.07.24 15:49
수정 : 2022.07.24 15: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방이 점령한 여객기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공동으로 여객기 개발에 나섰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익 배분과 서방 배제 여부를 두고 대치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관계자들은 65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진행하는 ‘CR-929’ 여객기 개발 사업이 위험해졌다고 진단했다.
양국은 지난 2017년 보잉과 에어버스 등이 선두를 다투는 장거리 여객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신형 여객기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중국·러시아 상용비행기국제공사(CRAIC)를 세운 뒤 보잉의 B-787, 혹은 에어버스의 A-350과 경쟁하기 위해 CR-929를 개발했다. 해당 기종은 내년 초 시험 비행을 거쳐 2026년부터 정식으로 인도될 예정이었다. CR-929 개발 사업에는 500억달러(약 65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CR-929는 내년 초 시험 비행을 앞두고 러시아의 자본 부족으로 날개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가 CR-929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양국이 서방 기술 도입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이 여객기가 서방 항공 기준을 충족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여객기가 미국과 유럽까지 비행해야 하는 만큼 핵심 부품 일부를 그 지역 제조사와 공유하길 바라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미국 또는 독일산 바퀴 등 랜딩기어를 사용하기를 희망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산 랜딩기어를 고집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적으로 서방과 갈라선 러시아는 서방의 기술과 부품에 매우 적대적이다. 관계자는 "러시아 측은 글로벌 제재 속에서 서방 부품을 사용하는 것은 서방에 백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 문제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앞으로 이 여객기를 자국에서 팔 때 생기는 이익을 러시아에 나눠주지 않고 대신 러시아가 중국 바깥 시장에서 생기는 이익의 70%를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CR-929가 중국 외 다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는 앞서 한 포럼에서 "중국이 거대 산업국가가 되면서 우리의 서비스에 관심이 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참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우리가 떠날지 말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