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출 합의한 다음날... 러, 우크라 오데사항 폭격

      2022.07.24 17:48   수정 : 2022.07.24 18:08기사원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흑해의 핵심 항구인 오데사항에 23일(이하 현지시간) 미사일을 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희망의 횃불'이라고 평가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곡물수출 재개 합의 효력이 하루도 못갔다.

우크라이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주요 항구 도시인 오데사에 23일 미사일들을 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2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항구들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오데사 항구에 미사일 2발이 명중했고, 다른 2발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서는 오데사 항구가 거대한 불길과 화염에 휩싸여 있다.

올렉시 혼차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최소 6차례의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는 전날 국방장관이 직접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만들을 통해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뒤 러 해군이 우크라이나 흑해 항로를 틀어막고 항구와 항만 곡물저장시설에는 미사일 공격을 가해왔지만 이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문은 러시아가 이를 어기고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담겨 있지 않았다. 튀르키예가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곡물 수출 인프라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면서 곡물 수출재개 합의문의 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항만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글로벌 식량위기 심화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또 러시아의 이날 미사일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중재한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불신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드리이 예르막 우크라이나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어제 해상 곡물수출이 합의됐지만 오늘 러시아가 오데사항을 쳤다"면서 "이것이 러시아 외교의 이분법"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미국 의회 대표단에게 이번 공격은 "단 한 가지만을 입증한다"면서 "러시아가 무엇이라고 말하고, 약속을 하건 간에 러시아는 이를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사무총장실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을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유엔은 대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는 식량위기를 가라앉히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출이 재개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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